05 Mar, 2005

오래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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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 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에도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녹양푼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詩  -


이 시를 입에 달고 지내던 때가 있었지요~..무슨 멋인 것처럼..ㅎㅎ..
무슨 달관한 사람처럼.. 아직은 철 없고 치졸하던 때에..
노랗게 변색된 사진처럼, 뜬금없이 일기장을 헤집고 나온 시를 보며
지금도 그 때처럼, 이 시를 좋아함을 알겠습니다..
그 때는 입술로 좋아했는데.. 이제는 심장 안에서 그리운 줄 알겠습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삶이 이끄는데로 오다보니 멈춰선 이 곳.
이 곳은 시인이 노래하든 곳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곳인데..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하고 있는 건지..

들장미와 마당과 하늘과 부엉이와..

바닷물에 튕겨지는 물새처럼 우왕좌왕했던 지난 며칠이 은근히 서러워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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