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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경북김천출생, 성균관대 영문과,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꾿빠이 이상], [7번 국도], [스무살] larvatus@netian.com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 김연수

이 책은 단편 9편이 묶여 있다. 차례와 상관없이 흥미가 이끄는 곳부터 읽어도 되는 즐거움?이 있다. 제목이 맘에 드는지 봐 보세요.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뉴욕제과점],[첫사랑],[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면 소년들은 어른이 될까

단연 [뉴욕제과점]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간다. 작가가 추구하는 소설의 생명성이 진실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가 뉴욕제과점 첫부분에서 이 소설만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기 때문일 것이다.

질려버리고 말았다. 결국 우리 형제가 기레빠시에 손을 대지 않게 되자, 상하기 직전의 기레빠시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차지가 됐다. 강아지도 얼마간은 맛있게 먹었지만, 곧 기레빠시를 거들떠보지도 않게 됐다. .....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과하면 질리게 된다. ..... 한번 친구들이 놀러 왔다가 개 밥그릇에 놓인 기레빠시(카스텔라 부스러기)를 보게 됐다. 며칠 뒤부터 학교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누구 집에서는 개도 카스텔라를 먹더라는 소문이었다.

내또래의 이모 아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이모는 읍내에서 조그만 슈퍼를 하고 계셨다. 시골 아이에게 슈퍼집 아들은, 그것도 읍내 슈퍼 아들은 가장 부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군대 가기전 이모 아들과 함께 자취를 했다.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 녀석이 대뜸하는 말, '거 모르는 소리 작작하슈~ 형은 돈만 생기면 사 먹을수나 있었지. 나는 돈이 생겨도, 우리 집에 슈퍼니 다른 집가서 사먹는다는 것도 이상하지, 그런다고 우리집꺼 맘대로 먹기도 쉬운 일도 아니었지. 친구랑 놀아도 친구들이 다른 집에서 사는걸 내 눈치 살피고, 우리집에서 돈내고 사라고 하잖이 까깝하고,,,모르는 소리예요.'

너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어렵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의 편안하고 행복한 가정마저도 두려울 때가 있어. 같잖게 분수에도 맞지 않는 행복을 탐내다가 죄다 망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밤의 산길을 걸어가다보면 사람은 과연 어디까지가 자신이고 어디가지가 자신이 아닌지 알게 된다. 빛이 없을 때 사람의 눈이란 그저 코앞만을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그러고 나면 자신과 세계는 완벽하게 분리된다. 두려움은 자신이 이 세상 어느 것과도 연결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일어난다.

귀신 따위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부귀영화를 누려야 죽음이 무섭지.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