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Mar, 2004

정호승 - 달팽이

머시라고 조회 수 6589 추천 수 0 목록
□□□□□□□□□□□□□□□□□□□□□□□□□□□

달팽이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
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
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달은 차돌같이 차다
나의 길은 어느새 풀잎에 젖어 있다
손에 주전자를 들고 아침 이슬을 밟으며
내가 가야 할 길 앞에서 누가 오고 있다

죄 없는 소년이다
소년이 무심코 나를 밟고 간다
아마 아침 이슬인 줄 알았나 보다

□□□□□□□□□□□□□□□□□□□□□□□□□□□

아침부터 소년은 주전자 들고 어디를 가는 것이었을까,,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달팽이는 무신노므 외로움 때메 아침 일찍 서두르다 봉변을 당했는가,,
아침 이슬인줄 알았던 몰랐던,, 결과상 소년에겐 죄가 있는 것일진대,,
왜 죄 없는 소년인가,,
떠난 임은 허버 그리워하면서,, 다 제 탓으로 돌리고 있나?
소년은 길에 달팽이가 지나가고 있는지,, 아닌지,, 신경도 안 쓰고,,
그냥 걷는 것인데,, 달팽이 너무 오바하는 것 아닌지..
죽음은 어느 것이나 자신의 관점에서 죽는다고 한다..
죽겠다,, 짓밟혔다,,는 상처를 의미하나?

무슨 사연의 연속인지,, 시집을 한 장 앞으로 넘겨봤다..
그런데,, '달팽이'라는 같은 제목의 시가 한 편 더 있었다.
        
□□□□□□□□□□□□□□□□□□□□□□□□□□□

달팽이

비가 온다
봄비다
우산도 없이
한참 길을 걷는다
뒤에서 누가
말없이
우산을 받쳐준다
문득 뒤돌아보니
달팽이다        
        
□□□□□□□□□□□□□□□□□□□□□□□□□□□                

어쩌자고?
                                

profile

바스락

January 26, 2005

왜 내가 쥔장님의 왕팬이 되었는 지...알겠네...^^ 심술꼬지~!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50 도종환 - 담쟁이 [3] 보시리 2005-01-30 12864
49 최영미 - 선운사에서 file 머시라고 2003-04-02 12926
48 백석 - 멧새 소리 file 머시라고 2005-05-09 13705
47 오상순 - 짝 잃은 거위를 곡(哭)하노라 [3] 보시리 2007-06-06 13829
46 전건호 - 검침원 보시리 2009-08-08 13868
45 박성우 - 도원경(桃源境) 보시리 2007-05-11 14148
44 류시화 - 나무 [1] 머시라고 2004-02-05 14228
43 백석 - 나 취했노라 file [1] 머시라고 2005-04-26 14838
42 김남조 -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보시리 2005-02-02 14875
41 정윤천 - 천천히 와 보시리 2007-08-13 15016
40 김현승 - 고독 [1] 박찬민 2003-06-06 15040
39 도종환 -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3] 보시리 2005-01-25 15116
38 김춘수 - 西風賊 file [1] 보시리 2012-01-02 15143
37 류시화 - 패랭이 꽃 [4] 보시리 2005-05-08 15275
36 박제영 - 가령과 설령 보시리 2007-04-10 15386
35 안도현 - 단풍 박찬민 2003-08-14 15498
34 정호승 - 밥값 보시리 2009-09-30 15548
33 이정하 -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file [1] 머시라고 2004-04-24 15671
32 이정하 - 사랑의 이율배반 file [1] 머시라고 2004-04-19 15781
31 기형도 - 바람은 그대 쪽으로 file 보시리 2007-06-25 15793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