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Mar, 2004

정호승 -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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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
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
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달은 차돌같이 차다
나의 길은 어느새 풀잎에 젖어 있다
손에 주전자를 들고 아침 이슬을 밟으며
내가 가야 할 길 앞에서 누가 오고 있다

죄 없는 소년이다
소년이 무심코 나를 밟고 간다
아마 아침 이슬인 줄 알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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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소년은 주전자 들고 어디를 가는 것이었을까,,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달팽이는 무신노므 외로움 때메 아침 일찍 서두르다 봉변을 당했는가,,
아침 이슬인줄 알았던 몰랐던,, 결과상 소년에겐 죄가 있는 것일진대,,
왜 죄 없는 소년인가,,
떠난 임은 허버 그리워하면서,, 다 제 탓으로 돌리고 있나?
소년은 길에 달팽이가 지나가고 있는지,, 아닌지,, 신경도 안 쓰고,,
그냥 걷는 것인데,, 달팽이 너무 오바하는 것 아닌지..
죽음은 어느 것이나 자신의 관점에서 죽는다고 한다..
죽겠다,, 짓밟혔다,,는 상처를 의미하나?

무슨 사연의 연속인지,, 시집을 한 장 앞으로 넘겨봤다..
그런데,, '달팽이'라는 같은 제목의 시가 한 편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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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비가 온다
봄비다
우산도 없이
한참 길을 걷는다
뒤에서 누가
말없이
우산을 받쳐준다
문득 뒤돌아보니
달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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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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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January 26, 2005

왜 내가 쥔장님의 왕팬이 되었는 지...알겠네...^^ 심술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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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