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Feb, 2004

류시화 - 나무

머시라고 조회 수 14227 추천 수 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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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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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수단이 말이 아니었다면,, 글이 없었다면
좀 더 좋았을거란 생각을 가끔 해본다
입은 새나 양의 그것과 흡사한 역할만 하고,,

언어가 아니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눈이나 피부감촉으로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말 못하고 있었던 그를 더 이해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스쳐가는 바람의 사연도 엿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물결치는 강물이 들려주는 노래소리가 들릴지 모른다.

외롭고 기나긴 밤,, 창문을 열고,,
별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잠들지 모른다.

무덤에 피어난 꽃이 전해주는
그의 안부가 들릴지 모른다.

심심한 사막은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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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January 26, 2005

이제 쪼~금-병아리 눈물 만큼..- 이해가 되네요, 왜..이슬, 바람, 햇빛에게는 의사소통의 권리를
주지 않느냐고..투정(?!)하신 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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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