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의 수신자 ” - 편지 19
나는 너무 좋은 수신자를 만났어요
한동안 말을 건네도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내 독백까지를 들어줄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의 수신자를 만났어요
우리는 눈빛으로 수신을 합니다
어제의 상처 때문에 어두웠던 그늘을
백주의 대낮에 들춰보이며
웃을 수 있는 비밀스런 은신처를 보일 수 있는
친절한 채널을 가지게 되었어요
감추어둔 틀 속에서
늘 뛰쳐나가고 싶었던 자유로움으로
나를 해체합니다
나를 가지세요
바람처럼 놓여나
어긋난 세상의 비틀거림을 전부 껴안고
힘들어하는 나의 단단한 고통을 가지세요
고통의 신음까지를 들어줄 수 있는
나의 단 한 사람 수신자에게
오늘 밤 온몸으로 가겠습니다
김용옥 詩集(숲의 시.43)
『 그리움을 채우는 기억 』중에서
아침 안개가 꽉 차오르던 아침이었습니다..
이제는 떠오른 태양빛에 다 타버렸지만.
가을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주변 풍경들로 인해서..
가을 공기에 어우러지는 그런 편지가 써보고 싶던 차..
김용옥시인의 시를 우연히 읽고..감당할 수 없는 진동을 느낍니다..
가을엔 편지를 쓰겠다면서..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달라던..
가을만 되면 무책임하게 떠오르는 그 노래의 음성보다~
늘 뛰쳐나가고 싶은 자유로움으로 자신을 해체하겠다는 말이
오히려 얼마나 단정하게 개켜진 느낌인지..
함..저도 자유로움으로 풀어놔 봐야 것습니다..어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