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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 : (창가만 보고) 지금 이대로가 좋아.
   땀 흘리고 일하고 돈 벌고, 밥 먹고 고민하고 일하고 땀 흘리고, 멋있잖아. 재밌고.
민호 : 여자애가 너두 참 드세다.
수희 : 남자 덕에 팔자 고치려는 울엄마같은 사람보단 낫잖아?
민호 : ...
수희 : 울엄만 여잔 남자 잘 만나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아빠 돌아가시고 지금까지 더, 더, 더 괜찮은 남자를 찾아 헤매고 다니시지.
   늘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러면서.
   수희야, 이번엔 진짜 대어야, 진짜 대박이야,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야..
민호 : (수희를 가만 보는)
수희 : 내가 왜 그렇게 사냐고 물으면, 다 나 때문이래.
   내가 엄마 팔아서 미술 배우고, 밥 먹고...
   엄만 그 말이 나한테 얼마나 큰 상처인지 아마 까맣게 모를거야. (눈가 그렁해지는)
민호 : 진짜 부모들도 정신차려야 돼.
수희 : ?
민호 : 자식들만 자기들 속썩이는 줄 알지? 부모들도 만만찮어.
수희 : (어이없단 듯 웃고, 창가 보는) 민호야, 나는 사랑 같은 거 별로 안믿는다?
   우리 엄마아빠, 어른들 반대한다고 도망쳐서 죽네사네하며 결혼하셨대.
   근데 나는 두 분이 싸운 기억밖에 안나.
   어려서 엄마한테 아빠가 왜 그렇게 싫어? 하니까, 돈을 못 벌어 그렇대.
민호 : (보는)
수희 : 그때 알았어. 참 사랑이란 거 허약한 거구나.
   돈에 흔들리고 잘해주지 않음 짜증나고, 별거 아니네.
민호 : ...
수희 : (창가만 보며) 지안이랑 나랑도 그렇게 될까... 나 가끔은 무섭다.
민호 : (제 잔만 만지작거리는) 사랑이 허약한게 아니라, 사람 맘이 허약한 거야.
   사랑은 아름다운 거야.

수희 : (서글프게 웃으며) 사랑이란 걸 마냥 아름답다고만 생각할 만큼 내가 어리지가 않네요.
   (하고, 창가 보는) 하~
민호 : (그런 수희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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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