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Jun, 2003

심 훈 - 그 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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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이 오면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처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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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송하는 시 중 가장 확신을 가지고 문장마다의 숨결이 느껴지는 시인데요
얼마전까지 심훈이 아닌 이상의 시인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ㅡ.ㅡ;

열정,,, 너에게도 언젠가는 그런 게 있었다,
열정이 식었다 말하면서도
식어버린 걸 열정이라곤 부르지 않는다.
말 장난 좀 해보려 했는데,,, 힘들다.

과거 한 시대 모든 이의 가슴에 응얼이며 피끓이던 시가
지금 외면 받은 시가 되어 있다.

과거 그 또는 그녀와 죽도록 사랑하던 이가
지금 혼자 남아 있다.

누구에게나 '그날'은 있다.
그날은 과거이기보다 앞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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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