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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울한 사람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녀 또한 고3때 언니의 죽음으로 상처가 깊었기에, 그후 오랫동안 우울에 시달렸기에,, 그래서 그녀는 알고 있다. 우울이 얼마나 영혼을 갉아먹는지를,,왜 나만 우울한 걸까? - 김혜남

6년전,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한 방에 30명이 생활하던 기숙사에 찌들려 대학생활만큼은 나만의 보금자리를 갖고 싶었다.

자취를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일단 하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친구 7명이 함께한 하숙이라 나만의 공간이 쉽게 허락되진 않았지만, 내 이불을 펴놓으면 그곳은 선을 그은 것처럼 나만의 공간이었고, 나만의 책상에 컴퓨터까지 마련했다.

윈도우 95가 설치된 컴퓨터였는데, 여러 사람이 사용하다보니 뜻하지 않는 고장도 종종 있고, 어느 날에는 내가 도저히 손볼수 없게 되어 버렸다. 결국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이틀을 기다린 끝에 그들이 찾아왔다.

가까운 슈퍼에서 음료수도 사와 대접했고, 그들이 내린 결론은 포멧이었으며, 자료가 모두 날아갈 수도 있다는 심각한 이야기까지 했다. 2만원을 지급했고, 나는 그 돈이 너무 아까워 몇날을 분통해 했다.

윈도우98에 신비로움을 느꼈고, NT, 2000을 거쳐 xp까지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 관리자가 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고,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 조그만 알았어도 ,,,,,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런 분통이 없었다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계속 모르고 지내올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가끔 컴퓨터는 고장나곤 한다. 그 누구도 우울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어렸을때 느꼈던 고통을 재현하며 같은 상황속에서 '지금은 누군가 나를 도와주겠지, 지금의 누군가가 어렸을때 내 곁에 있었다면 나를 위로해주었겠지' 라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실패를 즐기기까지 하는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씨의 책을 읽고 나는 우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어떻게든 고쳐내고 마는 것처럼 우울해져도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우울에서 벗어나기위해 분통터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책과 함깨하는 누군가도 더이상 우울의 마조히즘을 떠받으며 고통받는 시지프가 될 필요 없음을 알게되리라 생각한다.




profile

신사장

August 19, 2003
*.131.42.75

대처나...^^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