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마지막회
유은호(손예진) 내레이션
일상은 고요한 물과도 같이 지루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일라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
행운과 불행은 늘 시간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약하여서 어느 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닯아 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고통으로 채워진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 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 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 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를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