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Sep, 2008

잘랄루딘 루미 - 여인숙

머시라고 조회 수 7890 추천 수 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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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잘랄루딘 루미, 회교 신비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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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이어 보시리 님께서 보내주신 메일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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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은, 정확하게 근거를 알 수 없는 슬픔에 눌려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반복하다가보면, 끝내 의지를 가지고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때가 오리라.. 기다리는.
이 글이 그럽니다,
이런 묵직한 순간까지도 기꺼이 존중하면서 소중히 받아들이라고.
이런 순간도 역시, 내 생애 안에 목적하는 바 있는 의도적 궤도이라고.


머시라고의 글  (08-09-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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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소설에서 커너가 말한다.
 “막상 저에게 비극이 닥쳤을 때
  평소 많은 사람들에게 해준 조언이
  정작 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그리 유용하지 않더군요”

언제 어떤 깊이의 절망, 슬픔, 기쁨이 찾아올 때까지 환영할 수 있을까.
깨달음을 통해 내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일상 속에서도
만나고, 함께 생활하고, 알고 지내는 사람과의 상황 모두가
나의 단점을 보완하고, 기쁨을 주고,
인내와 친화 등의 능력 증진을 위해 찾아온 손님인가.

청소년기에 수능점수로 중요성이 높지 않았던 교과목들의 이름이
청년의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것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서라고 믿고 싶다.

한편 나는 그 교과목 이름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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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