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Nov, 2005

안도현 - 겨울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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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 첫번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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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이 사랑하는 시『시가 내게로 왔다』66페이지에는
'녹아 사라지는' 부분이 '녹아 내리는'으로 나와 있어
암송할 때마다 헷갈리곤 했다. 방금 전까지도..
또 '뛰어내리는'과 '강물소리가' 부분의 띄어쓰기도 필요한 것 같다.

이 시는 올해 3월 24일에 올렸었다.
그런데 요즘 기분, 되내임 속에
다른 느낌으로 다시 올리는 바.


눈 내리는 겨울만큼 고요한 풍경은 없다.
소리없이 흩날리는 눈은
세상 모든 것을 침묵시킨다.
밭과 들, 산 그리고 강.

그런데 강물은 서로
눈발을 피해보려 뒤척
소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어떤 날엔
눈발이 강에 살얼음을 덮어
겨울풍경의 고요함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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