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Dec, 2004

정호승 -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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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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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 김세원 시낭송 '내가 만든 꽃밭'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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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ㅅ.ㄹ

December 17, 2004

작년..재작년.. 입에 달고 살던 시 ㄴ데...
얼마나..진한 삶을 살면..이런 시가 보일까...심히 시인이 부러웠는데..
누에가 명주실을 뽑는 건 ..어려울까 ..쉬울까..요..
아가 낳은 거 처럼 어려울까..거미가 실 잦는 거 처럼 쉬울까..
아님...너미 눈엔.. 모두가 다 쉬워 보이는 걸까..요

미워서 미안하다는 거 보다.. 사랑해서도 미안할 수 있다는 것을..
드라마보다 앞서 가르쳐 줬던 아픈 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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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ㅅ ㄹ

December 17, 2004


따스한 바람이고자 했을 때
나는 까마득히 멈추어 선 벼랑이라 했다.
어느 때 숨죽인 물살로 다가와
말없는 바위를 몰래몰래 건드려보기도 하다가
다만 용서하면서 되돌아갔었노라 했다.
언덕뿐인 뒷모습을 바라보며 당신은 살았다 했다.
당신의 가슴앓이가 파리하게 살갗에 배나올 때까지도
나는 깊어가는 당신의 병을 눈치채지 못하였고
어느 날 당신이 견딜 수 없는 파도를 토해 내 등을 때리고
한없이 쓰러지며 밀려가는 썰물이 되었을 때
놀란 얼굴로 내가 뒤돌아보았을 때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거리로 떠내려가 있었다.
단 한 번의 큰 파도로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당신을 따라가다 따라가다
그만 빈 갯벌이 되어 눕고 말았다.

-- 섬 ,도종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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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December 17, 2004

도종환시집 이외의 곳에서 본 것 같아 샅샅이 뒤졌거늘 지치네요....
뒤지는 모습이나,, 위의 시 구절이나.. 어? 이 장면을 꿈에서 본 것 같애.. ^^
깨어났는데,, ㅂ ㅅ ㄹ 님이 한 수 읊고 가셨네요..
술을 급히 먹어 머리가 체했는지 띵~! 해서 깨어난 게 아니라,
감미로운 새벽 라디오 선율보다 달콤한 ㅂ.ㅅ.ㄹ님의 낭송에 잠을 이룰수 없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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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ㅅ ㄹ

December 21, 2004

김세원님의 아침 방송을 열심히,열심히 청취하던 때가 있었는데..
님의 목소리에서 세월의 바람 내음을 맡겠습니다...

울 쥔장께서는 아픈 몸 이끌고 열쒸미..댓글 쓰고, 답글 쓰고,또 뒤지고 찾아
올리시느라..참으로 감격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빠알랑..나으시길 빔미다..

엄마 손은 약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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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