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May, 2003

도종환 -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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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울고 있습니다
아무도 메꾸어 줄 수 없고
누구에 의해서도 채워질 수 없는
가슴 빈 자리 때문에 홀로 울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통에 낯설지 않는 것이라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그의 울음이 너무 커서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쓰러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바꾸어 설 수 없고
누구도 대신 갈 수 없는 길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고
뜨거운 돌자길길을 걸어오면 가슴을 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픔을 이기는 길은 그 아픔까지 사랑하는 것이라고
절망을 이기는 길은 그 절망 끝까지 싸워나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도
지금 그들에게는 이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 서로 손 잡아주어야 할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먼저 눈물 흘린 사람과
지금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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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통에 낯설지 않는 것이라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그의 울음이 너무 커서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근처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자신이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차분히도 그렇게 말해주면서
자신의 외로움에는 들려주지도 못하는 말,,

슬픔 하나가 얼마나 마음을 깨끗이 닦아내는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
작가의 다른 시 구절에서처럼

아마 고통이나 외로움이 주는 울음소리가
매 차례마다 익숙해지지 못하고
신선하게 아픔과 절망으로 휩싸여
횟수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낯설음이 되는 이유는,,,

울음소리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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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January 26, 200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소리를 들었다..
세상이란 안아주는 사람...그 품 속은 따뜻해서...
그래서...좋아하는 사람을 잃는 건..괴로운 것이라고...>

울음소리는 강물을 타고 ..바다로까지 가서.. 심연의 정적 가운데 차곡차곡 쌓일까..
<끝없는 이야기>의 기억의 광산에..유리판에 갖혀 태산 밑에 잠들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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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