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May, 2003

정호승 -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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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이후 시가 씌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아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다 시가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당신의 가난한 마음에 이 시집의 시들이
맑은 물결이 되어 흘러가기를.....

1998년 6월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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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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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 강가쯤에 이르렀다.
갈데까지 갔다. ㅋㅋ
낚시대를 돌뿌리에 걸쳐놓고
갈대를 깔고 앉아 강물위에 '잡혀라' 썼다.
서운해서 '~'표시로 마무리 했다.

옆집 연관이형은 낚시 전문가다.
어렸을적부터 마치 하늘이 점지해준 낚시꾼이라도 되는듯
허술하기 짝이없는 낚시도구만 가지고
강가에 앉아 민물장어도 자라도 잡아냈었다.

초등학교 먼지 덥수룩 쌓여 재채기 나는 도서관
그림책에서 본 적 밖에 없던 것들이었다.

그 형의 낚시는 마을 어르신들을
회포 자리로 불러 내곤 했고,
비라도 내리면 그 자리는 더욱 정겹게 깊어져 갔다.

가끔 시골에 머물때면
지금은 한보따리만한 낚시장비를 들쳐멘
강가 이곳저곳 멀리 바다까지 그 형을 따라가곤 한다.

열린 가방속에 수많은 장비들,
잡혀서 강가그물 허우적대는 물고기는
자기가 잡혀야할 낚시장비를 알아보고 물었을까?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낚시대가 내게 주어진 나이가 되었을쯤
나는 낚시를 좀처럼 좋아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낚시를 하러 갈때쯤이면
누렇게 죽어버린 대나무 낚시대,,,,
즈벼밟아 아궁이에 쳐박고

낫 들고 대밭으로 향하는 즐거움도
잎 피우려 뻗어난 가지를 낫 뒷덜목으로 쳐내는 시원함도

작은 키에 긴 장대 어깨에 들쳐메고
장대의 끝이 내 키라도 되는양 강가를 향하는 쿵짝짝 발걸음도
모두 포기해야 했다.

저 보따리에 있는 낚시대가 주어졌을때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대나무 꽃을 본 적이 있나요?
대나무는 언제 꽃을 피우는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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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October 22, 2005

..묻지말고..그냥 가르쳐 주심.. 덧 날까나요,어디가~? ^^*
.."잡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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