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Oct, 2013

문태준 - 思慕

보시리 조회 수 8667 추천 수 0 목록

□□□□□□□□□□□□□□□□□□□□□□□□□□□□□□□□□□□□□□

 

 思慕 - 물의 안쪽 

바퀴가 굴러간다고 할 수 밖에
어디로든 갈 것 같은 물렁물렁한 바퀴
무릎은 있으나 물의 몸에는 뼈가 없네 뼈가 없으니
물소리를 맛있게 먹을 때 이(齒)는 감추시게
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볕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내가 예전엔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고요


□□□□□□□□□□□□□□□□□□□□□□□□□□□□□□□□□□□□□□

시간이 지나갈 수록, 

몸 안의 뼈들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기, 패기..

하긴, 그다지 정성스레 키우지도 않던 색깔이기도 하지만.


무얼 어찌지 않아도 물이 뼈없는 바퀴를 타고 속속들이

세상 안에 스며 적시는 모습.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의 선착장에서 바라본 한 장면이

비오던 하루, 헤매고 다녔던 베니스의 모습을 닮았다 싶었습니다.


S0637140.JPG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110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박찬민 2003-04-12 9721
109 김용택 - 그 강에 가고 싶다 file 보시리 2007-05-30 9694
108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file 머시라고 2003-04-05 9588
107 정호승 - 사랑한다 [1] 박찬민 2003-05-10 9528
106 이문재 - 거미줄 [1] 박찬민 2003-06-03 9521
105 정현종 - 섬 [2] 머시라고 2003-04-02 9514
104 신경림 - 갈대 머시라고 2003-04-02 9438
103 류시화 - 소금 인형 [3] 보시리 2005-01-05 9435
102 프로스트 - 가지 않은 길 [1] 머시라고 2003-04-02 9415
101 안도현 - 그대에게 가는 길 머시라고 2005-12-24 9025
100 신달자 - 불행 보시리 2007-06-03 9012
99 김정란 - 눈물의 방 보시리 2014-05-05 9011
98 류시화 - 나비 [2] 보시리 2005-05-20 8900
97 나호열 - 비가 후박나무 잎을 적실 때 보시리 2010-01-16 8798
96 정호승 - 또 기다리는 편지 머시라고 2003-04-02 8725
95 정호승 - 내가 사랑하는 사람 file [3] 머시라고 2004-05-15 8724
» 문태준 - 思慕 file 보시리 2013-10-19 8667
93 김경주 - 드라이아이스 [1] 보시리 2008-10-25 8482
92 함석헌 -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1] 보시리 2005-01-13 8294
91 이성복 - 그리운 입술 머시라고 2006-01-01 8096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