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Jan, 2005

나희덕 - 비에도 그림자가

머시라고 조회 수 15810 추천 수 0 목록
□□□□□□□□□□□□□□□□□□□□□□□□□□□□□□□□□□□□□□

비에도 그림자가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 맞으며 앉아 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

□□□□□□□□□□□□□□□□□□□□□□□□□□□□□□□□□□□□□□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이 과일 파는 할머니께서 비 맞지 않게,
얼마나 노력했던 것인지 궁금하지 않다.

고슬고슬함을 유지하게 된 땅 한 조각이
사과 궤짝에게 고마워 했는지, 할머니에게 표현했는지도 마찬가지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림자' 원래의 모습이다...

누구의 그림자, 무엇의 그림자,, 여야만 하는가..
정말 누구의, 무엇의 그림자 속에서만 측정되고 표현되는 것일까..

나무/건물/자동차/꽃의 그림자,,
구름/바람의 그림자,,
비에 젖거나 빛으로 채색되는 수채풍경의 그늘..
비의 그림자,,
빛의 그림자,,

온우주공간속의 나..
조직속의 나..
다른이들의 박찬민..
당신의 박찬민..
이외의 내가 존재하는가.

그림자는 누구의, 무엇의 그림자여만 하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150 김정란 - 말을 배운 길들 보시리 2008-02-25 16771
149 이성복 - 물가에서 머시라고 2007-09-16 16759
148 도종환 - 가을비 file [1] 머시라고 2004-11-01 16468
147 이정하 - 그를 만났습니다 박찬민 2003-04-09 16064
146 박우복 - 들꽃 편지 file 보시리 2005-06-10 16017
145 김재진 - 보일러 file [2] 보시리 2012-06-26 15934
144 류시화 - 목련 머시라고 2003-04-15 15931
143 박상순 - 네가 가는 길이 더 멀고 외로우니 보시리 2007-04-19 15901
142 정끝별 - 그만 파라 뱀 나온다 [2] 보시리 2009-12-09 15877
» 나희덕 - 비에도 그림자가 머시라고 2005-01-31 15810
140 기형도 - 바람은 그대 쪽으로 file 보시리 2007-06-25 15793
139 이정하 - 사랑의 이율배반 file [1] 머시라고 2004-04-19 15780
138 이정하 -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file [1] 머시라고 2004-04-24 15670
137 정호승 - 밥값 보시리 2009-09-30 15547
136 안도현 - 단풍 박찬민 2003-08-14 15498
135 박제영 - 가령과 설령 보시리 2007-04-10 15382
134 류시화 - 패랭이 꽃 [4] 보시리 2005-05-08 15274
133 김춘수 - 西風賊 file [1] 보시리 2012-01-02 15140
132 도종환 -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3] 보시리 2005-01-25 15113
131 김현승 - 고독 [1] 박찬민 2003-06-06 15040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