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Aug, 2003

한승원 - 새

박찬민 조회 수 5998 추천 수 0 목록
□□□□□□□□□□□□□□□□□□□□□□□□□□□□□□□□□□□□□□□□□□



창공을 움켜쥔 적이 있었다.
창공도 별것이 아니다.
내 손아귀 속에서 펄럭펄럭 가슴 두근거리고 있었다.
처마 구멍에 그물을 받치고 잡아 낸 참새 한 마리

그 참새와 한 구멍에 있다가 푸르륵
어둠을 가르고 날아간 다른 참새는
어느 창공을 헤매고 있을까
그때 실수로 날려 보낸 참새의
발목에 묶어놓은 내 가슴속의 명주실꾸리는 계속 풀렸고 어른이 되었다.

나는 지금 내 손아귀 속에 가슴 두근거리던
그 참새같이 누군가의 거대한 손아귀에
잡혀 있다. 그는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서울로
날고 또 날아보아도 나는 내내 붙잡혀 있는 참새 한 마리 일 뿐

□□□□□□□□□□□□□□□□□□□□□□□□□□□□□□□□□□□□□□□□□□

한승원의 글쓰기 교실을 읽다가 이 시에 하루를 담았다.

우연히 마주치면
발목에 명주실이 묶여 날아다녔던 새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 누군가와 사귀고 있고,
옛 여인이 찾아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여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 묻는 것 같은
이런 멍청한 질문이 또 어디 있겠느냐,,,

j(^u^)y 미안,,ㅋㅋ
'멍청한' 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질문은 답을 알만한 사람에게 던져야 하는 것 같아서 ^^;

옛 여인은 고마웠던 사람이고,
내 애인이 있다면
그녀는 고마운 사람일 것이다.

둘 다 고맙다고 ??

다시한번 말했다.

옛 여인은 고마웠던 사람이고,
사귀는 이는 고마운 사람이다.

나는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50 도종환 - 담쟁이 [3] 보시리 2005-01-30 12864
49 최영미 - 선운사에서 file 머시라고 2003-04-02 12926
48 백석 - 멧새 소리 file 머시라고 2005-05-09 13705
47 오상순 - 짝 잃은 거위를 곡(哭)하노라 [3] 보시리 2007-06-06 13829
46 전건호 - 검침원 보시리 2009-08-08 13868
45 박성우 - 도원경(桃源境) 보시리 2007-05-11 14148
44 류시화 - 나무 [1] 머시라고 2004-02-05 14228
43 백석 - 나 취했노라 file [1] 머시라고 2005-04-26 14838
42 김남조 -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보시리 2005-02-02 14875
41 정윤천 - 천천히 와 보시리 2007-08-13 15016
40 김현승 - 고독 [1] 박찬민 2003-06-06 15040
39 도종환 -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3] 보시리 2005-01-25 15116
38 김춘수 - 西風賊 file [1] 보시리 2012-01-02 15143
37 류시화 - 패랭이 꽃 [4] 보시리 2005-05-08 15275
36 박제영 - 가령과 설령 보시리 2007-04-10 15386
35 안도현 - 단풍 박찬민 2003-08-14 15498
34 정호승 - 밥값 보시리 2009-09-30 15548
33 이정하 -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file [1] 머시라고 2004-04-24 15671
32 이정하 - 사랑의 이율배반 file [1] 머시라고 2004-04-19 15781
31 기형도 - 바람은 그대 쪽으로 file 보시리 2007-06-25 15793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