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Dec, 2005

안도현 - 그대에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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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언제 떠난 것일까.
사라진 시집 한권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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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길

 그대가 한 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
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
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
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
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
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2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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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눈물 흘릴까
고갤 젖혀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아득함에도 불구하고
내 주위 사치스런 조명들 속에서도
반짝이는 그대
애타는 그리움

내가 그대에게 갈 수 없는 것은
날개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다가 아침이 되어 버려서가 아니라
떠받치고 있는 눈물의 무게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인터넷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이 그대가 오는 길을 배웅하는 풍경으로

그대 떠나는 길이
내게로 향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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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