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Feb, 2005

고정희 - 상한 영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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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일찌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에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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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후면 웹싸이트가 꺼진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맘이 급해지네요..

고정희 시인의 거침없고 씩씩한 말투가..마치 따뜻한 손으로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는 거 같아 위로가 됩니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강 기슭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골짜기를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통곡을 모른다.. >  -외경 읽기 중에서-

91년 유월...지리산에서 사고로, 아까운 짧은 생을 마감한 님에 대한
안타까운 그리움..

< 내가 열반에 들거든 내 유품을 저 해남 땅, 대흥사에 모셔라.
  해남 땅은 3 재(물, 불, 바람 또는 전쟁, 전염병, 흉년등의 재앙 )를
  면할 수 있는 천하의 명당 이니라...>  (서산대사의 유언 중)

고정희 시인은 그 해남 땅에서 태어난 시인입니다..
김남주 시인의 집과 불과 1.5 킬로 떨어진..삼산면..
이곳 머시라 넷에도 해남 땅의 산과 물에 둘러 싸인 가운데서,그 감성의
정기를 이어받은..시상이 꿈틀대는 시인이 계시다든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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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February 22, 2005

이름만으로는 몰랐다가 여류 시인이라는 걸 확인하고, 저의 무식함을 책망하였습니다.
반납할 책이 있어 도서관(홍도)에 들렀다가 유고시집을 찾아봤습니다.
시집의 사진을 보고, 다시 남자란 착각을 했던 제 눈이 무식함으로 더욱 빛났습니다.

시골집에 가는 길에 김남주 시인과 고정희 시인의 생가 마을입구를 지납니다.
내리가는 도로 우측에 김남주 시인, 좌측에 고정희 시인의 생가 마을이 있습니다.
해남군에서 측정해놓은 것을 보면, 김남주 시인과 고정희 시인의 생가는
마을 입구에서 800m와 1.3km입니다. 두 마을(봉학리, 송정리) 사이 간격은 500~800m 정도.
그래서 2.6~2.9km 정도인데, 두분 중 한분이 논길을 따라 언덕 하나 넘어선 직선 거리로 내달려 또다른 한분의 댁을 방문했다면 보시리님 말씀처럼 1.5km정도 될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해남읍에서 땅끝까지 4차선 공사가 한창인데, 김남주 시인이 어렸을 적 뛰어노셨을 마을 앞 들판이 도로부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감성의 정기라...ㅎㅎ 들이대자면 저희 마을에도 시인 한분 계셨습니다. ^^
심호 이동주(李東柱, 1920.1.1 or 2.28~1979.1.28) 시인이신데, 제가 어렸을 때 뛰어놀던 함양박씨 마을문중이 그 분의 생가터라고 하더라구요. 더 우겨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끼워 맞추면, 그분 돌아가시고 39일 이후에 제가 태어났다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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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