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May, 2005

백석 - 멧새 소리

머시라고 조회 수 13705 추천 수 0 목록


멧새 소리

처마끝에 명태(明太)를 말린다
명태(明太)는 꽁꽁 얼었다
명태(明太)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明太)다
문(門)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와사회(1997), 128페이지 中
              『멧새소리』, 미래사(1990 | 2002) 中

□□□□□□□□□□□□□□□□□□□□□□□□□□□□□□□□□□□□□□

통장 잔고와 연구하는 분야,
그리고
그대 앞에서 나는
꽁꽁 얼어버린다.

학기가 끝나기 전까지 마련해야 하는 방학 기숙사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또 준비해야 하는 다음 학기 기숙사비와 등록금.

서툰 연구분야에 대한 답답함과
학교생활 전반의 갈등..

이 시대가 청춘에게 감내하라는 압박들..

예사로운 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기본료와
원만한 친목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부가세..

그리고
그대와의 애정 관리 실패에 대한 절망과 배신감...

겨울도 아닌데, 왜 이리 추운지.
이리 서러웁게 차가운데
늪으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닌지.

List of Articles
sort

박영신 - 생각의 나무

신현득 - 칭찬

박상순 - 네가 가는 길이 더 멀고 외로우니

주근옥 - 그 해의 봄 file

박제영 - 가령과 설령

유지소 - 늪

나희덕 - 밥 생각

이성복 - 그리운 입술

안도현 - 그대에게 가는 길

안도현 - 겨울 강가에서

김옥림 -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4]

나희덕 - 오 분간

박우복 - 들꽃 편지 file

류시화 - 나비 [2]

박노해 - 굽이 돌아가는 길

안도현 - 제비꽃에 대하여 [1]

도종환 - 우기

백석 - 멧새 소리 file

류시화 - 패랭이 꽃 [4]

백석 - 나 취했노라 file [1]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