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Jun, 2003

김춘수 - 꽃

박찬민 조회 수 7584 추천 수 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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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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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한때 좋은 시를 베껴놓은 노트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일기장과 그 노트를 책상 왼편에 놓고
필통으로 눌러두고서야
편한 마음으로 수업에 집중하다 잠이 들수 있었다. ^^;

그 첫장에 이 시를 적어놓고
색연필로 내가 키우던 개나리를 그렸던 기억이 난다.
여백 위주로 그렸으나
가끔의 가지는 적힌 글씨가 핀 꽃인랑 데롱걸려고 했던 것 같다.

꽃은 그 피고 짐과 행색 등이 고려되어
설득력 있게끄롬 인간에게 수많은 전설을 낳았다.

오늘은 개나리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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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부잣집에 중이 시주를 청하러 갔다.
그런데 부잣집 주인은 으레 "우리 집에는 개똥도 없소"라며 박대를 하였다 하니

옛 이야기 속의 부자들 무덤속에서 참 고통 크겠습니다 그려,,
부자집 나왔으니 다음은 뻔하지요??

그러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
그러자 중이 짚으로 바구니를 하나 만들어 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속에는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쌀이 쏟아져 나와 가난했던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이웃 부잣집 주인이 몹시 원통해 했다.
이듬해에 그 중이 다시 부잣집으로 시주를 청하러 갔다.
이번에는 부잣집 주인이 쌀을 시주하자,
중은 역시 짚으로 바구니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부잣집 주인이 열어 보니 그 속에는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계속 흘러 나왔다.
주인이 놀라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가 묻어 버렸는데
거기에서 개나리가 자라나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profile

박찬민

June 12, 2003

그냥 짚으로 바구니 하나 만들면 시주 받으러 다닐 필요없지 않나?
진실이라면 사람 시험할라고 겠지만
거짓이라면 시주 진흥책으로?
profile

ㅋㅋ

June 12, 2003

이제 내 다이어리에 있는 시 두개 다 나왔네~~
김춘수님의 '꽃'하고 저번에 올린 황동규님의 '즐거운 편지'!!
기분이 넘 좋네요~~ 내가 좋아하는 시를 보니깐!!
군뎅~~ 이런 개나리 설화 같은건 마이 있으니깐, 넘 토달지 마세여~ 거의 모든 설화의 결론은 '차카게 살자!!'니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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