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Jun, 2003

김춘수 - 꽃

박찬민 조회 수 7584 추천 수 0 목록
***********************************************

[ 꽃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내게도 한때 좋은 시를 베껴놓은 노트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일기장과 그 노트를 책상 왼편에 놓고
필통으로 눌러두고서야
편한 마음으로 수업에 집중하다 잠이 들수 있었다. ^^;

그 첫장에 이 시를 적어놓고
색연필로 내가 키우던 개나리를 그렸던 기억이 난다.
여백 위주로 그렸으나
가끔의 가지는 적힌 글씨가 핀 꽃인랑 데롱걸려고 했던 것 같다.

꽃은 그 피고 짐과 행색 등이 고려되어
설득력 있게끄롬 인간에게 수많은 전설을 낳았다.

오늘은 개나리의 전설,,,

##################################################
옛날 어느 부잣집에 중이 시주를 청하러 갔다.
그런데 부잣집 주인은 으레 "우리 집에는 개똥도 없소"라며 박대를 하였다 하니

옛 이야기 속의 부자들 무덤속에서 참 고통 크겠습니다 그려,,
부자집 나왔으니 다음은 뻔하지요??

그러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
그러자 중이 짚으로 바구니를 하나 만들어 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속에는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쌀이 쏟아져 나와 가난했던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이웃 부잣집 주인이 몹시 원통해 했다.
이듬해에 그 중이 다시 부잣집으로 시주를 청하러 갔다.
이번에는 부잣집 주인이 쌀을 시주하자,
중은 역시 짚으로 바구니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부잣집 주인이 열어 보니 그 속에는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계속 흘러 나왔다.
주인이 놀라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가 묻어 버렸는데
거기에서 개나리가 자라나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profile

박찬민

June 12, 2003

그냥 짚으로 바구니 하나 만들면 시주 받으러 다닐 필요없지 않나?
진실이라면 사람 시험할라고 겠지만
거짓이라면 시주 진흥책으로?
profile

ㅋㅋ

June 12, 2003

이제 내 다이어리에 있는 시 두개 다 나왔네~~
김춘수님의 '꽃'하고 저번에 올린 황동규님의 '즐거운 편지'!!
기분이 넘 좋네요~~ 내가 좋아하는 시를 보니깐!!
군뎅~~ 이런 개나리 설화 같은건 마이 있으니깐, 넘 토달지 마세여~ 거의 모든 설화의 결론은 '차카게 살자!!'니깐!!ㅋㅋ
List of Articles
profile 이정하 - 별 1 8069 8069
Posted by 박찬민 May 07, 2017 - 02:50:46
0 댓글
profile 안도현 - 겨울 강가에서 7915 7915
Posted by 머시라고 August 13, 2018 - 01:43:47
0 댓글
profile 잘랄루딘 루미 - 여인숙 7890 7890
Posted by 머시라고 August 13, 2018 - 00:49:19
0 댓글
profile 박남준 - 흰나비 떼 눈부시다 7889 7889
Posted by 보시리 August 03, 2015 - 18:17:54
0 댓글
profile 정호승 - 질투 7842 7842
Posted by 머시라고 August 06, 2018 - 09:18:43
0 댓글
profile 박남희 - 이카루스식 사랑법 7811 7811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xiaoke July 04, 2018 - 14:50:10
1 댓글
profile 함민복 - 산 file 7788 7788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11:13:14
0 댓글
profile 안도현 - 서울로 가는 뱀 7776 7776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Nicole June 14, 2018 - 01:22:25
14 댓글
profile 한용운 - 나는 잊고저 file 7758 7758
Posted by 머시라고 January 16, 2018 - 01:37:35
0 댓글
profile 도종환 - 울음소리 7741 7741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chenyingying October 25, 2017 - 16:56:47
1 댓글
profile 안현미 - 비굴레시피 7735 7735
Posted by 보시리 January 16, 2018 - 15:43:09
0 댓글
profile 윤동주 - 길 7713 7713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20170304caihuali March 04, 2017 - 02:35:32
1 댓글
profile 안도현 - 기다리는 이에게 7690 7690
Posted by 머시라고 May 09, 2003 - 00:13:33
0 댓글
profile 함민복 - 긍정적인 밥 7689 7689
Posted by 보시리 July 21, 2017 - 22:48:23
0 댓글
profile <식객> , 겨울강(정호승) 그리고 찬밥(안도현) 7685 7685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leilei3915 April 24, 2017 - 17:58:46
2 댓글
profile 정현종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7596 7596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June 23, 2003 - 05:26:12
1 댓글
profile 한용운 - 님의 침묵 file 7595 7595
Posted by 머시라고 September 23, 2016 - 02:04:30
0 댓글
profile 임우람 - 꽃밭 7585 7585
Posted by 박찬민 July 04, 2018 - 07:17:10
0 댓글
profile 김춘수 - 꽃 7584 7584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June 12, 2003 - 04:24:44
2 댓글
profile 윤동주 - 별 헤는 밤 file 7513 7513
Posted by 머시라고 April 07, 2016 - 13:35:17
0 댓글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