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Mar, 2011

정현종 - 방문객

보시리 조회 수 41646 추천 수 0 목록


□□□□□□□□□□□□□□□□□□□□□□□□□□□□□□□□□□□□□□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의 무거움을 전해주는 시라 느껴집니다.
한동안 자주 오르지 못했던 산길 가에 폐가가 있습니다. 문고리라도 잡으면
바스라질 듯한 위태한 문짝 위로 깻잎머리 스타일로 잎들이 무성하였더니,
안 본 사이에 그 전에 보지 못했던 열매가 빼곡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폐가에 머루가 송이송이 영글어준 그 모습이
'상황에 따라 피고 열리는 것'이 아니라, '거기 나무가 있기에 그냥 열매를 맺는 것'
마치.. 친구의 의리를 일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비는 내리지 않았고, 기상예보에 휘둘릴 뻔한 것이 슬쩍 머쓱합니다.
닥쳐봐야 아는 일들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정확하게 수집하고 분석하여 예측해도
닥쳐봐야만 아는.. 그런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섣불리 지레 주저앉을 일도, 포기할 것도 아닙니다.
과거가 미래의 거울이어서 겁이 나는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현재present는 내게
주어진 선물present이 맞다는 약간은 식상한 문구를 읊조리며, 내일도 비가 온다
는데, 여차하면 달아나겠습니다, 내 친구, 달~랑 해발 320미터 뒷산에게로.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170 최영미 - 선운사에서 file 머시라고 2003-04-02 12924
169 원태연 -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머시라고 2003-04-02 17274
168 정호승 - 또 기다리는 편지 머시라고 2003-04-02 8725
167 정현종 - 섬 [2] 머시라고 2003-04-02 9514
166 신경림 - 갈대 머시라고 2003-04-02 9438
165 프로스트 - 가지 않은 길 [1] 머시라고 2003-04-02 9415
164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file 머시라고 2003-04-05 9588
163 이정하 - 사랑의 우화 머시라고 2003-04-09 17551
162 이정하 - 그를 만났습니다 박찬민 2003-04-09 16064
161 김광욱 - 지란이 피는 천랑에서 [2] 박찬민 2003-04-11 7467
160 도종환 -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머시라고 2003-04-12 7413
159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박찬민 2003-04-12 9721
158 류시화 - 목련 머시라고 2003-04-15 15931
157 황동규 - 즐거운 편지 file 머시라고 2003-04-25 7426
156 도종환 - 울음소리 [1] 박찬민 2003-05-04 7739
155 안도현 - 기다리는 이에게 머시라고 2003-05-09 7689
154 정호승 - 사랑한다 [1] 박찬민 2003-05-10 9528
153 정호승 - 수선화에게 [1] 머시라고 2003-05-13 9926
152 이정하 - 별 1 박찬민 2003-05-20 8068
151 이정하 - 한사람을 사랑했네 3 박찬민 2003-05-21 7296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