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Apr, 2006

소문을 듣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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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천 詩篇 3 - 김신용  >

    짐보다 빈 지게 위의 허공이 더 무거운 날
    고난처럼 후미진 청계천 뒷길 따라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거기 춘심이네 집
    마치 둥지처럼 아늑한 불빛이 고여 있었지
    막아선 담벼락엔 지게 서로 몸 포개 기대어 있었고
    그 지게를 닮은 사람들, 노가리를 대가리 째 씹으며
    술청인 좁은 부엌에 서서 막걸리를 마실 때
    춘심이는 부뚜막에 앉아 바느질을 하곤 했었지
    잔술을 팔며, 찢겨지고 해진 막벌이꾼들의
    작업복을 기워주고 있는 흰 솜털 보송송한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연탄불 위의 노가리처럼 검게 타며 오그라들었고
    뼈 하나 남김없이 나를 씹어먹고 싶어져 망연히
    창밖을 바라보면 시커먼 매연의 하늘
    가슴 가득 차오르는 어스름 속, 잔광이듯
    그 티 없이 맑은 미소의 바늘이 한 올 한 올
    허망과 알 수 없는 분노로 터진 자리를
    밟아올 때마다 아무리 땀 흘려도 내 몸뚱이
    하나도 채 적시지 못하는 나의 땀방울들이
    어느새 무거운 짐이 되어 짓눌러와 나를 더욱
    남루의 노가리로 여위게 하곤 했지
    바깥은 찬바람이 제 가고 싶은 데로 불고 있었고
    담 밑의 지게들은 서로 온몸 오그려
    추위를 견디고 있었지만 노상 비틀거리는 것은
    가난의 앙상한 形骸, 그림자뿐인
    귀로, 아무리 갈아도 자꾸만 돋아나는 쥐의 이빨처럼 취기가
    하루의 발뒤꿈치를 야금야금 갉고 있을 때
    그 가녀린 풀씨 같은 손길이 여며 준 작업복은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풀잎으로 떠올려주곤 했지
    그래, 거리 곳곳에 피어오르는 모닥불로
    관절염을 앓고 있던 청계천의 그 해 겨울


..프라하~ 에서 보여주던 징검다리가 뭔가..했더니, 바로 청계천이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생각.
<옛날에는.. 옛날에는> 하던 말.. 그 옛날부터 했었겠구나.
청계텬~.  말 그대로의 맑고 푸른 냇물이 가난과 애환으로 혼탁해지고
그 자리에 "집 잃은 전쟁고아들" 과 "삶의 모든 것을 잃은 어른들"이 터를 잡고 살아갈 때,
도시정화의 명목으로 냄새나는 청계천 위로 철커덕~ 뚜껑이 덮였었고,
새로운 도시의 면목을 세운다는 의미였을까.. 삼일 고가를 위시한 <높으신 길>이
가난을 그늘 안에 숨겨 왔었습니다.
그 높은 길이 매연으로 거무틱틱하게 그을려 가는 동안..고가도로 밑 응달에서는
셀 수 없는 지게꾼들과 춘심이들을 둘려 싼 민초문화가 생겨나 촉촉하게 자라가고 있더니만,
이제, 또 그것이 흉하다면서 뚜껑을 후딱~ 열었습니다.
이제부터~..그 미싱 돌리는 춘심이들은 다시 어느 구퉁이에 몸을 기대고 있게 될까..

항상.. 무엇으로든 새시대가 도래해왔었습니다.
항상.. 떨어져나가는 구시대에 대한 향수가 틈새마다 스며들어 새겨지구요.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것을 단칼에 가르기가 어렵습니다.
응달에서도 응달초본이 자라고 우거져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루니까..
이 모습도 언젠가는 그리워하게 될 날도 있겠지요.
소문으로만 듣고, 기사로만 보던 것을 사진으로 주르륵 구경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모양새에 인위적인 부분이 꽤 많이 눈에 두드러지는군요..
그래도 실제 가보면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스물 두개의 다리.
모전교, 광교,수표교,베오개다리,새벽다리,맑은내다리,오간수교,영도교,비우당교, 두물다리..
한국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어느 잡지의 기사에 의하면 그렇다네요.
선선한 가을 바람이 휘몰아갈 무렵 쯤..한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동아일보사 앞에서 광장시장까지..40분이면 주루룩~~간다하니...^^*

여하튼 어느 곳이던지~,명물이 생긴 것은 좋은 일이고 기쁜 일입니다.

** 사진, 손장진님의 " 청계천 시리즈 "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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