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Oct, 2005

누가 살고 있기에

보시리 조회 수 2384 추천 수 0 목록
 
   < 누가 살고 있기에 - 하종오  >

  새가 와서 잠시 무게를 부려보기도 하고
  바람이 와서 오래 힘주어 흔들어보기도 한다
  나무는 무슨 생각을 붙잡고 있는지 놓치는지
  높은 가지 끝 잎사귀들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잎이 다 시드는 동안 나무는
  가슴을 수없이 잃고 찾고 했나보다
  그의 둘레가 식었다가 따스해졌다가 반복하는데
  내가 왜 이리도 떨릴까
  아직 가까이하지 않은 누군가의 체온 같기도 하고
  곁으로 빨리 오지 못하는 누군가의 체온 같기도 한
  온기가 나를 감싼다
  그의 속에는 누가 살고 있기에
  외롭고 쓸쓸하고 한없이 높은 가지 끝에
  잎사귀들 얼른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그의 생각을 끊어놓고 이어놓고 하는 걸까
  나무가 숨가쁜 한 가슴을 꼬옥 꼭 품는지,
  나도 덩달아 가슴이 달떠지는 것이어서
  내 몸 속에도 누가 살고 있기는 있는 것이다
  가만히 서서 나무를 바라보는데도 나는
  무슨 생각을 그리움처럼 놓쳤다가 붙잡았다가 하고
  여전히 그는 잎사귀들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
  새가 부려두고 간 무게를 견뎌야 생각이 맑아지는지
  바람이 흔들어대던 힘을 견뎌야 생각이 맑아지는지.


저는 지금 배경 음악으로 양희은님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를
깔고 있습니다..발 시렵게시리~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삶이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을 때 무엇을 하십니까~..
(싸이클럽에서 본..질문.)

이런 질문을 하시고..<무거워 질 지...우려가 되신다>니...
가히..1 톤은 됨직한 무게감의 질문인데..^^;;

어제 읽은 책에서~.
Memento morti.
죽음을 기억하라.

빛에는 그늘이 따라오는 법..
삶에는 죽음이 따라온다..
근심없는 완전한 행복은 없다.

삶의 기쁨 속에서야 말로..죽음을 기억하라.

즐거울 때..초 치자는 얘기가 아니고(~^^;;)
마음을 치우치게 두지 말고 초연함을 가지라는 뜻이겠지요..

삶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던 순간이라..
그 순간에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실 뽑아내기 이전의 누에고치처럼, 하얗게 뒤엉켜 있을 뿐인 생각들.

무의미한 현실 속의 삶따위는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게조차 못하도록
냉정하게 억누르던 시절.
이것은 제게는 일종의 생존 본능(?)과도 연결되어진 이슈였고,
무력감에 자신을 방치시켜서는 안된다는 강박적인 위협으로 인해
무엇엔가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밀쳐대온 그런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찾아낸 것이..
내부에 누적되는 에너지를 분출시킬..< 통로 >였습니다..
그냥 사람들 많이 오가는 큰길이 아니고,
내 내면까지 왕래하는 한적하고 구불구불한 뒷길.

노래..책..영화..글 끄적대기.
내면의 교신.

그리고..이제 백일쯤 된, 아주 어린..
<사진과의 만남>이
나의 훤칠하게 뚫린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조짐입니다..
생의 의미를 잃지 않게 공기를 순환시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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