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Jul, 2006

3.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작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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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작은 별

그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린 왕자는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도 내 질문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어쩌다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 나는 차츰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가령, 그는 처음 내 비행기(비행기는 그리지 않겠다. 내가 그리기에는
너무 복잡한 물건이니까) 를 보았을 때, 나에게 물었다.

"이 물건은 뭐야?"
"이건 물건이 아니야. 이건 날아다니는 거야. 비행기야, 내 비행기."
내가 날아다닌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 아저씨는 하늘에서 떨어졌어?"
"그래." 나는 쑥스럽게 대답했다.
"야, 그거 참 신기하다…"
어린 왕자가 너무 귀엽게 웃음을 터뜨려 나는 화가 났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내 불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 것이다.
그는 덧붙였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왔겠네! 어느 별에서 왔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수수께끼 같은 그의 존재에 희미한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그쳐 물어 보았다.

"넌 다른 별에서 왔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내 비행기를 바라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저런 걸 타고 그렇게 멀리서 올 수는 없지…"
그는 오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윽고 그는 호주머니에서 양을 꺼내 들고
그 보물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알듯 말듯한 '다른 별들'이라는 이야기에 내가 호기심을 느꼈을지 생각해보라.
나는 좀더 알아보려고 애를 썼다.
"넌 어디서 왔어? `네가 사는 곳'이 도대체 어디야?
양을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
그는 생각에 잠겨 한동안 말이 없더니 대답했다.

"잘됐어. 아저씨가 준 상자는 밤에는 양의 집으로도 쓸 수 있을 거야."
"당연하지. 네가 얌전하게 있으면, 낮에 양을 묶어 둘 고삐도 하나 주지.
말뚝도 주고."
그러나 내 말에 어린 왕자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묶어 둬?  참 이상한 생각을 다 하네!"
"하지만 묶어 두지 않으면 양이 아무 데나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을 거 아냐?"
내 말에 아이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도대체 양이 가기는 어디로 간다는 거야?"
"어디든 가겠지, 앞으로 곧장 가버리면…"
그러자 어린 왕자가 엄숙하게 말했다.
"괜찮아,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은 곳인데, 뭘!"
그리고는 좀 우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앞으로 곧장 가 봐야 별로 멀리 갈 수도 없어…"
그래서 나는 아주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태어난 별은 겨우 집 한 채 정도 크기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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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느 별에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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