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Jan, 2005

< 하느님의 눈물 >...권정생...

보시리 조회 수 6681 추천 수 0 목록
눈이 노랗고 털빛도 노란 돌이 토끼는 산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돌이 토끼는 산토끼인 셈이죠..
어느날, 돌이 토끼는 문득 생각 했습니다.
“칡 넝쿨이랑 과남풀이랑 뜯어 먹으면 맛있지만 참말 마음이 아프구나..
뜯어 먹히는 건 모두 없어지고 마니까..”
돌이 토끼는 중얼거리면서 하얀 아슬이 깔린 산등성이로 뛰어 갔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난 먹어야 하는걸..  이렇게 배가 고픈 걸..”
돌이 토끼는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둘레를 가만히 살펴 보았습니다.
쪼꼬만 아기 소나무 곁에 풀무꽃이 이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돌이 토끼는 풀무꽃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풀무꽃 풀아 , 널 먹어도 되겠니?”
풀무꽃풀이 깜짝 놀라 쳐다 보았습니다..
“......”
“널 먹어도 되는가 물어 봤어.  어떻게 하겠니?”
풀무꽃은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물으면 너라면 뭐라고 대답 하겠니?”
바들바들 떨면서 풀무꽃이 되물었습니다.
“.......”
이번에는 돌이 토끼가 말문이 막혔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대답을 제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니...?”
“정말이구나.. 내가 잘못 했어.. 풀무꽃풀아..
나도 그냥 먹어버리려니까 안되어서 물어 본거야...”
“차라리 먹으려면 묻지 말고 먹어~.”
풀무꽃이 꼿꼿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먹힌다는 것, 그리고 죽은다는 것..,
모두가 운명이고 마땅한 일인 것입니다..
돌이 토끼는 눈을 깜박 거리다가 말없이 돌아 섰습니다.  깡총깡총 뛰어서
풀밭 사이로 갔습니다.
댕댕이 덩굴이 얽혀 있었습니다.  잠깐 쳐다보다 말 없이 돌아섰습니다..
“댕댕이도 먹을까 물으면 역시 무서워 할꺼야..”
돌이 토끼는 갈매 덩굴 잎사귀 곁에 가서도 망설이다 돌아섰습니다.
바디취 나물도 못 먹었습니다... 고수대 나물도, 수리취 나물도 못 먹었습니다.
한낮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습니다.
해님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해님 아저씨.., 어떻해요..? 나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왜 아무것도 못 먹었니~?”
햇님이 눈이 둥그레져서 물엇습니다.
돌이 토끼는 오늘 하루동안 겪은 얘기를 죄다 들려 주었습니다.
“정말 너는착한 아이로구나.. 하지만 먹지 않으면 죽을텐데 어쩌지?”
해님이 걱정스레 말했습니다.
“차라리 죽는게 낫겠어요.. 괴롭지만 않다면 죽어도 좋아요..”
돌이 토끼는 기어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말았습니다..
해님도 덩달아 울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얼굴이 새빨개진 채
서산으로 넘어 갔습니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하늘에 별님이 반짝거리며 나왔습니다..
돌이 토끼는 자꾸 자꾸 울다가 잠시 눈울 더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수 많은 별빛이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돌이 토끼는 말했습니다..
“하느님.., 하느님은 무얼 먹고 사셔요?”
어두운 하늘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습니다..
“보리수 나무 이슬하고,바람 한 줌..그리고, 아침햇빛 조금 마시고 살지~.”
“어머나!  그럼 하느님.., 저도 하느님처럼 보리수 나무 이슬이랑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을 먹고 살아가게 해 주세요..”
“그래..,그렇게 해 주지.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단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오면,
금방 그렇게 될 수 있단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요?”
“그래..,이 세상 사람 모두가~”
하느님이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데도 사람들은 기를 써가며 남을
해치고 있구나...”
돌이 토끼 얼굴에 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하느님이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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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자그마한 다람쥐 한마리가 건널목에 서 있는 걸 보았습니다..
반짝이는 까아만 머루같은 눈을 요쪽 조쪽..또르르 굴리더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그동안 먹은 도토리짬밥만 해두 그게 공력이 어디겠니..
역시..도시물이 다르긴 다른가 부다...교통 법규도 준수하구...ㅉㅉ..
너 자신두 꽤 준수해 보이네, 모~...
그래.. 이 몸이 먼저 가셔주마~..
해부 어 나이스 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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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January 22, 2005
*.99.17.75

권정생님...
얼마전 번역된 책을 또 주문..
4살바기 한 아이에게 선물했습니다.

정말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야기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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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January 22, 2005
*.120.154.53

그렇죠~?
참참... 이스트 코스트에 계신가요?.. 지난번에 물어볼려고 했는데..
글구... 권선생님 책이 영어로 번역 되었다는 말씀?
잘 되었든가요? 그 아름다운 어감이 잘 살게?
함 찾아봐야겠네요..^^~

답글을 붙여주시는 분은 저엉말...감사해요...
마치..크리스마스 선물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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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January 22, 2005
*.120.154.53

책 제목을 좀 가르쳐 주심.. 좋겠는데..징검다리님..
( 이 <징검다리>라는 말.. 참 뜻 깊어요..여러가지를 생각하게하는 이름...
속 깊으신..징검다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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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January 24, 2005
*.131.132.175

식물에게 부여한 의사소통능력을 이슬과 바람, 햇살에게는 주지 않은 것인가..
그들에게도 있지만 발언권을 짓밟힌 것인가...
너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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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January 24, 2005
*.202.175.204

....띠요~~~~!!
에고...머시라고님도~..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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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