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Jul, 2006

10. 짐이 그것을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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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만일 어느 장군에게 이 꽃 저 꽃 나비처럼 날아다니라거나,
비극 작품을 쓰라거나, 바다새로 변하라고 명령한다면, 그래서
그 장군이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다면, 짐과 장군 가운데 누구 잘못인가?"
"전하의 잘못입니다."
어린 왕자는 분명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것이다.
누구에게든 분명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명령해야 하느니라."
왕은 계속했다.

"권위는 무엇보다 이성에 근거를 둔다.
만일 왕이 백성들에게 바다에 빠져 죽으라고 명령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키겠지. 짐이 복종을 요구하는 것은, 짐의 명령이
지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가 부탁한, 해 지는 구경은 어떻게 해주실 건데요?"
질문한 것을 절대 잊지 않는 어린 왕자가 그 문제를 다시 꺼냈다.
"너는 해 지는 것을 보게 되리라. 짐이 그것을 명령하겠다.
그러나 짐의 통치 원칙에 따라 충분한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게 언제쯤일까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흠, 어디 보자…" 왕은 커다란 달력을 들추며 대답했다.
"그것은… 오늘 저녁… 오늘 저녁… 오늘 저녁…
그러니까 그건 오늘 저녁 일곱시 사십분 경이 되리라.
그때 너는 짐의 명령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하품을 했다. 해지는 것을 볼 수 없어 서운했다.
벌써 좀 지루했다.

"저는 이제 여기서 할 일이 없습니다. 저는 그만 떠나겠습니다."
그는 왕에게 말했다.
"떠나지 말아라."
왕이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백성을 갖게 된 것이 아주 기뻤던 것이다.

"떠나지 말아라. 짐은 너를 대신에 임명한다!"
"무슨 대신인데요?"
"음… 법무 대신이지!"
"그렇지만 재판 받을 사람도 없는데요!"
"그건 아직 모른다! 짐은 아직 내 왕국을 돌아본 적이 없다.
나는 너무 늙었다.
또 수레를 놓을 곳도 없고, 걷는 건 너무 피곤하고…" 왕이 말했다.

"아! 전 벌써 다 보았어요."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방금 몸을 돌려 그 별의 다른 쪽을 언뜻 보았던 것이다.
"저쪽에도 아무도 없는 걸요."
왕이 대답했다.

"그럼 그대 스스로를 재판하라.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지.
다른 사람보다 자기 스스로를 판단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네가 스스로를 판단하게 된다면 그것은 네가 참으로 슬기로운 사람이기
때문이야."

"저는.." 어린 왕자는 말했다.
"아무데서나 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꼭 여기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흐음!" 왕은 말했다.

"짐의 별 어딘가에 늙은 쥐 한 마리가 있는 게 분명하다.
밤이면 쥐 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그 쥐를 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쥐를 사형에 처해야 할지도 모르지.
쥐의 생명은 네 재판에 달려 있는 거야.
그러나 그때마다 너는 특사를 내려 그 쥐를 아끼도록 하라.
한 마리밖에 없으니 말이다."
"저는…"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저는 사형선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제 가야겠습니다."
"안 된다." 왕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이미 떠날 준비를 마쳤지만, 늙은 임금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전하의 명령이 제대로 지켜지길 원하시면, 제게도 지당한 명령을 내려 주세요.
일 분 안에 떠나라고 명령하시든가 하는 거요.
제 생각으론 이제 그런 때가 된 것 같아요…"
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린 왕자는 잠시 주저했지만 곧 한숨을 쉬며 그 별을 떠났다.
"그대를 대사로 임명하노라." 왕이 서둘러 소리질렀다.
무척 위엄이 있는 목소리였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어린 왕자는 여행을 계속하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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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그 왕님이 안쓰러워졌습니다.
국가가 성립하기 위한 기본 조건.
영토, 주권, 국민.
핫~..그리고는 일~전에 올렸던 글 중에서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가장 먼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동안 아무 것도 먹지 말아보세요...
배고파 죽습니다...

죽지 않았다면 앞선 하루동안 못 먹었던 음식을 쌓아 놓고 다 먹어보세요...
배 터져 죽습니다...

이것도 안되면 하루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말아보세요...
심심해 죽습니다...운운했던.

그렇게, 심심해서 오래 못 사실 것 같은 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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