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Jan, 2005

또 옛날 일기 한토막~<살아 있다는 것~>

보시리 조회 수 2132 추천 수 0 목록
19XX.9.14   턱없이 맑음...

내가 살아서 공기를 내 폐부로 집어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가..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삶에 대한 경외가 느껴진다..
내가 살 수 없다면 나의 모든 사고와 나의 생활 주변과 나의 사랑과 ..이 모든 것이
바로 나에게 더 이상 <아무것>일 수가 없다.
건강함..
문득 심호흡을 하다가 내가 심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 스스로의 능력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

어제..학교 합창단의 에프터에 갔다가 술좌석의 얘기 중에 교수님께서 꺼내신
피 제이( 이니셜..) 란 사람이 떠오른다..일반외과의 치프를 마치고 Fellow로
있다가 중환자실에서 급사를 한 사람이다...(제 담당 환자였습니다..우연히도..)
그 분이 의대생이었을 때 합창단을 리드하셨다는 교수님께서는,그의 목소리가
B 질리의 목소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혹적인 리릭테너였다고..회상 하셨다..
난 그때..운명하기 직전.., 무의식 속에 누워있던 그 사람의 두 발바닥이 떠올랐다.
그 사람의 30년이라는 짧은 생애에 , 몇몇 빛나는 시간이 그 사람 이외의 타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사람은 살아 있었어야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자신에게는 그토록 길고 빛나던 시간들이, 타인에겐  < 그의 목소리가 B 질리의
목소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혹적인 리릭테너였다..>는 한 줄 일 뿐..

사람은 태어난 자리보다 죽는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어느 책에서 봤더라..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워낙 지난 얘기라서..피제이란 사람은 전혀 기억에 없는데...
느닷없이 발바닥.. 이 기억 나려고 하네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올려 봤습니다..
무겁죠~...
그래두.. 살아있다는 것을 너무도 가볍게 보고 자신의 인생이라고 맘대로
살아제끼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믄.. 화가 나서요...
지금은 중환자실이 아니지만.. 한 때.. 암 치료병동에서 일할 땐..
건강한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견디기 힘들어 했었어요...
암튼.. 오늘 살아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예요...
이곳과 같은 아름다운 장소에서 정겨운 분들도 만나고...음악도 나누(었)고
생각도 나누고..격려하고.. 사랑받고... 팬도 되고.. 팬도 생기고(신나요~!!)

건강하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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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네

January 18, 2005
*.205.185.110

여기 열렬팬, 한 명 추가요!!!
profile

머시라고

January 18, 2005
*.131.132.175

살아있다는 것을 너무도 가볍게 보고 내 인생이라고 맘대로 사는 것 같은 사람..
거울 속에 있어서 밉네요...
팬.. 여기 한 명 더 추가요 ^ㅁ^
profile

보시리

January 18, 2005
*.120.155.57

오해 하지 마셨음 좋겠어요..제발~...^^;; (요런 오해 하실 줄 알았으면서...ㅜ.ㅡ..)

살아있음을 가볍게 생각한다는말은...
흠...모라구 설명해야 되나...지나친 염세적 사고에 지배당해서 자신의 삶을
차근차근 파괴시키려고 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요...자신 뿐 아니고...주변까지
어두운 역청같은 점성을로 절망으로 끌고 들어가는 사람..그래서..
혹 주변의, 열심히 살아보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좌절감만 티익~! 던져주고
마는 사람....
요즘.. 틴에이져 만화 같은데서 너무 많이 봐요..
아직...포기..자신이 포기하려 하는 것이 무슨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도
않는 잔인한 포기...
자신만이 상처받은 동물이라고 일축하는 ..비틀림..그래서 한번 태어나 살아가는 걸
그 소중한 걸.. 방치하는 무력감....나두 벌레구 너두 쓰레기다~..
열심히 해봤자 다 그거 말짱 헛거야~..차라리..뽄때나게 놀다가 칵~! 멋있게 굵고
짧게~! 이 세상 뜨자~!!.... 내 인생이다~!!무슨 짓을 하든~
.
근데.. 사실 이것두 다는 아니에요...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혼자서 그거 부둥켜 안고서 감당 못해 스스로 나락에
빠지는 경우도 있으니까...그런 사람은 아픈 사람이니까..미워하믄 안되구요...
손 꼭 잡고.. 안아줘야 하는 사람이지요...

아이고~... 저두 정리가 안됩니다...암튼...
....머시라고님은 백번 태어나두 못하시는 거예요..그거..~^^~

잃어버린 건강.. 사그라드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해줄 것이 없어서 무력하게
두 손 늘어뜨리고 눈물만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너무 커서 그래요...

에에이~... 팬이라구 하시니..눈물 나올라 그래요...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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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January 24, 2005
*.131.132.175

건강한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견디기 힘들어 했다는데,,,
저는 그 참을성을 시험하려 살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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