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05

가시고기 의 일생

보시리 조회 수 2079 추천 수 0 목록
두마리의 가시고기가 맑은 개울에서 놀고 있습니다.
한 치나 될까 말까한 자그마한 몸집의 가시고기...

남편 가시고기가 둥지를  짓고 있습니다.
수초의 뿌리, 물풀 줄기, 억새풀 조각등을부지런히 뜯어다가 집을 짓습니다.
수백번 오며 가며 다듬고 난 후 , 땀의 결실인  둥지의 가건물이 지어졌군요..
이제 남편 가시고기는 집 주위를 맴돌며 허술한 부위를 찾아 메꿉니다.
벽이 뚫리지는 않을까.., 수도는 잘 나올까.., 누전될 위험은 없는가..기타등등..
사실은 벽 틈새로 알이나 부화된 새끼 가시고기가 빠져 나갈까봐 정성을  기울여
살펴 보는 것입니다.

드디어 꿈의 둥지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그를 주욱 지켜보며 끈기있게 기다려 온 또 한마리의 가시고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내 가시고기 였습니다.

그러나 그 둥지는 둘 만을 위한 보금자리가 아니었나봐요~..
둘은 자신들의 둥지를 잘 간수하고는 가까운 수초 덤불로 여행을 떠납니다..
밀월 여행을~.

하루, 이틀..시간이 흐르고 , 두마리의 가시고기가 엄마, 아빠가 될
때가 가까와집니다.
남편 가시고기는 점점 걱정스러워 집니다...
우리의 둥지는 안전 할까..
귀여운 아기 고기들은 잘 자라줄까...
아내는 건강하게 알을 잘 낳을까

남편 가시고기는 바짝 긴장해 있습니다...
그만 얼굴이 파래지고 배는 빠알갛게 변색이 되는군요..
오히려 더 씩씩하고 듬직해 보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가시고기가 알을 낳으러 둥지로 들어가던 날..
남편 가시고기는 불청객의 침입을 받습니다..
하지만  용감한 싸나이 가시고기~.. 힘껏 싸워 쫓아내었습니다.

드디어 둘의 둥지에 소복하게 귀여운 알들이 태어났습니다..
조놈은 어떻게 생겼을까..
요놈은 누굴 닮았을까...
아직은 전혀 잠작되지 않는 알들에 불과하지만 , 아빠 가시고기는
그저 날듯이 기쁘기만 합니다~.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보아도 귀여운 고놈들..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행여 어떤 놈이 와서 귀여운 알들을 헤칠세라..아빠 가시고기는 둥지의
입구에서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떠날 줄을 모릅니다...

아빠가 정성껏 지어준 둥지에서 알들은 잘 크고 있건만.., 엄마 가시고기는
날이 갈 수록 얼굴이 창백해 가기만 합니다...
그렇잖아도 흰 몸에 점점이 연한 무늬였던 엄마..갈 수록 순백색으로
핏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왜 그리 기운 없어 보이는 건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들이 하나 둘씩 깨어나기 시작 합니다.
투명한 몸매..,아직 가시고기라고 부르기도 머쓱할 정도의 갓 태어난 어린
고기들이 둥지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데,그만 그 귀여운 아기고기들의
모습도 제대로 보질 못한 채.., 엄마 가시고기가 영원히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

아빠 가시고기는 찢어질 듯이 가슴이 아팠습니다만...지금은 슬퍼하고만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린 가시고기들이 아빠의 손길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아빠 가시고기는 행여 아기 고기들이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될까봐 이미 굳어진
아내의 몸을 밀고 어둡고 구석진 수초의 숲으로 가서 고이 누인 후 되돌아옵니다.

아기 가시고기들은 장난이 심해서 , 엄마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랑하기만 합니다.  
아직 제대로 헤엄칠 줄을 모르는 아기 가시고기들이 그만 둥지에서 나와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버둥대면 아빠 가시고기는 얼른 아가의 몸을 물어
둥지 안에 다시 놓아줍니다...   곧 , 다른 놈이 떨어져 내려가고.., 또 다른
놈이 말썽을 피웁니다..
아빠 가시고기는 불평 한번 하지않고 지극한 부성애로 아가들을 돌봅니다..

아기들은 좁는 둥지 안에서 법썩을 떨면서도 잘 자라가고 있습니다..

아기들이 드디어 둥지에서 나와 물 속을 오락가락 놀 수 있을 만큼
컸습니다.., 손가락 길이 만큼이나요..
이젠 미숙하나마 제 몫을 해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맑은 갯가, 해바라기가 물 속을 굽어보고 웃는데, 아기 가시고기들은
물살을 가르며 유연하게 헤엄을 치고 있고 물 속 깊이 들여다보는 햇살이
명랑합니다..

아빠 가시고기는 어디엘 갔을까요..?

아기 가시고기들이 왠만큼 자라자, 아빠 가시고기는 이미 오래 전에 먼저
가버린 아내 생각이  났고, 외로와졌나 봅니다.
어느 날 아빠 가시고기는 아이들 몰래 그 어둡고 구석진 수초의 숲을 찾았
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아이들은 그저 명랑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햇살 속을...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지난 번 한국에 다녀오면서 옛날 일기장들을 가져 왔습니다..
날짜를 보아하니..스물 다섯때인데... 일을 다니고 있었을텐데...
그때두 일 안하는 날엔 이런 짓을 하구 살았었나 보네요...ㅎㅎㅎ ^^;;;

어슴프레..티브이에서 무슨 다큐를 보고나서 인상 깊어서...잊지 않으려구..
주저리 주저리...써놨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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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사람

January 17, 2005
*.39.221.116

부럽네요.예전 추억이 담긴 일기장...
전 수해로 모두 잃어버렸는데...
어릴적 사진도 아주 많이 잃어버렸어요.
조금 남겨진 사진으로 성형을 의심받지는 않지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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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January 17, 2005
*.120.155.57

많이 예쁘신가봐요~.
성형을 했느냐는 의심을 받...을 수 도 있는데..같으네요~^^
카페에서 사진들 보았는데..향기님께서는 향기만 남기셨드군요~...서운하게시리..
예쁜 효니님두 봤구요..( 우와~! 큰 눈... 호수같았는데..풍~덩 빠질 것 같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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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사람

January 18, 2005
*.39.221.116

ㅎㅎㅎ울 아버지 예쁘다고 하시니 그런 줄알고 살아요ㅋㅋ
어쩌다보니 온라인 상에 사진 올리긴 했는데요.
다른 분과 찍은 사진이라...
우리 카페에도 겁없이 사진 올릴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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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January 24, 2005
*.131.132.175

집 장만해놓고 밀월?여행을 가라는건지..
애 낳고,, 어미 죽으면,, 나도 갈 때가 다 되었다.. 생각하라는건지.... 머...
자식들 왠만큼 컸으면,, 이꼴저꼴 뵈지 말고,, 자식들 없는데서 죽으라는 건지..
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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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January 24, 2005
*.202.175.204

심통~~쟁이 머시라고님.
좀.."잘 봤다, 쓰느라 욕 봤다.."..이러구 마치실 순 없으신가...ㅜ.ㅡ~
다큐라니까요~...실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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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January 24, 2005
*.131.132.237

ㅎㅎㅎ 장난 꾸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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