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몇 편 봤는데요..
(사실.. 그 안에 사는 사람은 느끼지 못해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모든 장소가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비쳐질 수 있는 거겠죠..)
벌써 200만이 넘었다는 <내 머릿 속의 지우개>에서..
" 용서는 미움에서 방 한 칸만 비우면 된다 "던 말을 맘판에 새겼슴다..
미움의 손을 놓으라는 건가봐요..
보셨나요..?
용서는 용서를 받는 사람보다도, 주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니까..
글구나서 점심 먹으러 들어간 샤부샤부집에 걸려있는 현판..
<사랑 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미움을 ..>
가본 곳 중에..순천이 참 예쁘드군요..
밥 사발 엎어놓은 듯, 나즈마하면서 봉긋한 동산들 하며..
<순천에서 미인 자랑하지 말고,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고오,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덜 말으어~!!>
구성지게 자랑하시는 택시 기사아이씨 말대로..
참 낭창낭창 했습니다..
깔끔하던 여수 공항에서 읽은 싯귀..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
그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서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 원 태 연, '그냥 좋은 것' 중에서 -
오래 전...좋아하던 사람이 사는 동네를 바라보며..
괜히 작고 사소한 것까지도 좋아하던 기억이 났어요..
골목 모퉁이의 약국.. 코발트 파랑색의 지붕..그런 거 있잖아요..
로미오가 줄리엣의 빰을 감싸고 있는 장갑을 보며 부러워 죽겠다고 하듯..
지독한 차 멀미를 하며 찾아간 부산에서..
그 길고 고통스러웟던 순간조차 무슨 의미가 있으려니..했습니다..
근데..빈 위장을 훑어내리는 아픔만이 있을 뿐..억울..아아..회여,생선회여..
가시는 걸음걸음..까아만 염소똥같은 환약과 <??탕~>과 보미롱만 있을 뿐...
신기하다..신기하다..
서울이라는 괴물 안에서 사는 일들이 요지경을 들여다보는 거 같았어요..
특히 교통..
실타래같이 엉켜버리는 차들이,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미끄덩한 문어다리
풀리는 듯 스륵스륵 빠져 지나가는 것을 신기해 하며 오래오래 지켜봤어요..
삼성동 코엑스지하의 몰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들도 바라봤어요..
나는 나를 반투명쯤으로 착각하는지..수족관의 물고기들을 들여다 보듯
흐느적거리며 지나치는 군상을 찬찬히 바라봤어요..그리고..
<까불지 마~>를 보았어요..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면..난 그 사람을 무지<안>좋아하는
걸꺼예요..으아으아악~!!
유쾌한 여행이었습니다..
길거리 좌판에서..
쭈그리고 앉아, 목걸이 만들어가는 손을 바라보는 재미가 솔솔했습니다..
매일 똑같은 전철 안에서 ,똑같은 찬송가를 부르며 지나가는(것두, 전곡이
아니구..쉬운 후렴 한 댓구만 쫓아 부르시는) 장애인 아저씨에게
한 줄에 한 두분은 꼭 천원씩 쥐어 주시는 것이 고마왔고,
사람이 빽빽한 전철에서도 <노약자,장애인 전용>석에는 비교적..,
해당 되시는 분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시는 거 보고 따뜻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녹녹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
상당히 부당한 일 투성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인데..
남이 툭툭 던진 말 한 덩어리가 나에게 족쇄가 되어버리곤 하는 것이
삶의 고단함인데..그 가운데 들꽃처럼 피어올라 마음을 감싸주는 것이
있어 또 함 살아볼 만 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