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Apr, 2006

잠든 기억, 별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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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조각이 박힌 담 장 너머 유년이 잠든 음습한 그늘, 담쟁이 넝쿨에 덮인 기억의 방에는 창이 없다 길 잃은 별 하나가 어두운 콘크리트 숲 너머로 추락했다 나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아마도 치밀한 궤도의 이단이거나 탄성계수가 아주 낮아 버려진 낙오자였을지 모른다 슬피 우는 날마다 어느 별에선가 보내는, 모르스 부호보다 더 단조로운 그 파장은 싸리 꽃그늘에 남겨진 뱀의 허물을 닮았다 빛이 들지 않는 네모난 비밀의 방에는 또 다른 비행을 준비하는 꿈들이 산다 긴 잠에서 깨어나는 언젠가, 꽃대를 흔드는 바람을 타고 오르는 날 나는 바오밥 나무가 산다는 그 별을 찾아 나설 것이다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해 사막으로 추락 할지라도 결코 하늘을 원망하지는 않겠다 잠든 기억은 나날이 깨어나 귀소의 본능처럼 별을 찾을 것이다 돌아가야지, 전갈자리나 카시오페이아 또는 그 너머의 어느 별에 나는 나의 생존을 알리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것이다 기어코 언젠가는 모두 내가 살아있음을 기억하게 될 것이며 슬피 우는 누군가의 술잔 속에 별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  잠든 기억, 별을 찾다 / 김상훈 -


문득 떠올라 오늘 하루 왼종일 중얼거렸던 노래.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문득, 나는 내가 고아처럼 느껴져.
  엄마 없는,어머니의 그 따뜻한 품 안을 잃은,
  그런 가엾은 고아처럼 느껴져

  A long ways from home
  A long ways from home
  나의 본향은 어디이던가
  가는 길조차 서먹서먹한
  아주 머나먼 곳

  Sometimes I feel like I’m almos’ gone
  Sometimes I feel like I’m almos’ gone
  가끔씩은 그런 나도 어느 틈엔가
  집에 가까이 온 것 같아..
  어머니와 나의 형제가 있는 그 곳.

  Way up in de heab’nly land
  Way up in de heab’nly land
  저 높은 아름다운 그 곳..
  바람 속에 향기가 흐르는 낙원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A long ways from home
  때로 나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를 빼앗긴 아이같아, 집에서 멀리 튕겨져 나간..
  가엾은 아이같아.


아마도 자신을 누군가의 뇌리 속에 새겨두고 싶은 것은 본능에 가까운 욕심인가 봅니다.
어느 사이엔가 그 길고 오래던 비는 그치고, 더할 나위없이 선명해지는 대기의 빛남.
그 쨍~함 가운데에서도 서늘하게 흐르는 것은 나의 본질을 되찾아가고 싶은
귀.소.본.능


(** 사진은 박규현님의 런던 2005..라고 그런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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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