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Apr, 2006

생각이 바뀔 때 열리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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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듣게되는, 나의 고집스러운 스타일.
뭐, 그런 것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나를 정착시키기까지 나는 나름대로 필연적인 이유들이 있었고
그로인해 파생된 자아보호본능과 적응 기술의 짬뽕이 빚어낸 작픔이
지금의 나이니 말이지요.

언제던가부터 시도해 보았던 혁신은 결국,
위험부담이 큰, 맞지 않은 옷이었다더라~인가
정말 노력해 보았었습니다. 그 옷에 나를 맞추기 위해..
그러나, 그것은 코스프레와 같은 허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언뜻언뜻 의식할 때마다 느껴지던 불안.

내가 나일 수 없었으므로.

언젠가 만났던 사진 하나..
뱀강을 떠올립니다.
원시림 사이를 정말로 효율성 없이 구비구비 형성된 수로.
굽은 선보다는 쪽 뻗은 일직선이 훨씬 짧은 시간 내에 바다에 닿을텐데..

물의 목표가 바다에 닿는 것이라면..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쿠아 덕트를 흐르는 물은 그에 대한 자신의 논지를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설파할 것입니다.

이 사천은 처음에는, 겨우겨우 끊길 듯 말 듯..실같이 연명하며 시작했겠지요.
물이 더 흘러오면 앞으로 가고, 물이 정지되면 작은 웅덩이가 되어 기다리고.
보이지도 않는, 산 꼭대기의 수원에 대해서는 어느 한마디 섞지도 않으며
참을성 있게 기둘리고 있었으리라..

그러는 사이, 웅덩이엔 장구벌레도 생기고,이끼도 끼고,
자연스레 형성되는 또 하나의 우주.
지녀오던 양분들은 주변 땅에다 주섬주섬 나누어 주고.
그 충만한 생명감으로 검어진 건강한 땅을 보면서 기뻐지고.

쏟아지는 비에 물이 불어나면, 작은 개울이 두툼한 넓이가 되어
..또한 그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쿠르릉쿠르릉 새 길을 만들면서
나아갔을 것입니다..벌판을 적시며 적시며.

구분은 할 수 있지만,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 깊고 풍성한 원시림은, 빠른 속도의 아쿠아 덕트가 키워낸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멈칫멈칫 토닥여 온 뱀강이, 만년설에서부터 품에 안고 왔다가
부려놓곤 하던 그 진한 양식을 마시면서 자라난 모양이었습니다.

아쿠아 덕트는 꼭 필요합니다.
그것을 뱀강과 또 비교하는 것도 바보입니다, 왜 너에게는 잔잔한 감성이 없냐고.

나는 나, 너는 너.
다르고도 때로 비슷한 우리.
그러한, 수 없는 너와 내가 이루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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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