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Jul, 2006

9. 왕이 살고 있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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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철새 떼의 이동을 이용해 그 별을 빠져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별을 깨끗이 정리했다. 특히 활화산을 정성 들여 청소했다.
그 별엔 활화산이 두 개 있었는데 아침밥을 데우기에 무척 좋았다.

그의 별은 소행성 325, 326, 327, 328, 329, 330과 같은 구역에 있었다.
그는 우선 그 별들에 들러 일자리도 알아보고 견문도 넓히기로 했다.

첫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왕은 자주빛 천과 흰 담비의 털가죽 옷을 입고 아주 단순하면서도 위엄
있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아! 나의 신민이 하나 오는구나."
왕은 어린 왕자를 보고 소리쳤다.
어린 왕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한번도 나를 보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아보지?'
왕에게는 이 세계가 아주 단순하다는 것을 어린 왕자는 몰랐던 것이다.
왕에겐 모든 사람이 다 그의 신민일 뿐이다.
"짐이 그대를 잘 볼 수 있도록 더 가까이 오거라."
왕은 드디어 누군가에게 왕 노릇을 하게 된 게 너무 자랑스러워 이렇게 말했다.

어린 왕자는 앉을 자리를 찾아보았으나 그 별은 온통 화려한 담비 털가죽
망토로 덮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 있었고, 피곤해서 하품이 나왔다.
"왕 앞에서 하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느니라." 왕이 말했다.
"짐은 그대에게 이를 금하노라."
"저는 하품을 참을 수 없습니다."
어린 왕자는 어쩔 줄 모르고 대답했다.
"먼 길을 여행하느라 잠을 통 못자서…"
"그럼 하품할 것을 명하노라." 왕이 말했다.
"여러 해 전부터 하품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짐에게 하품은 신기한 것이로다.
자! 다시 하품을 하라. 명령이다."
"그렇게 말하시니 겁이 납니다… 그리고 이젠 하품이 나오질 않습니다…"
어린 왕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흠! 흠!" 왕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짐은… 짐은 그대에게 명하노라,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어떤
때는…"
그는 빠른 말로 얼버무렸으나, 화가 난 것 같았다.

왕은 어찌 됐든 자기 권위가 존중되길 바랐다.
그는 자기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절대 군주였다.
그러나 아주 착했기 때문에 당연한 명령을 내렸다.

"짐이 어느 장군에게…" 그는 말했다.
"짐이 만일 어느 장군에게 물새로 변하라고 명령했는데 장군이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면 그건 장군이 아니라 짐의 잘못이니라."

"앉아도 괜찮을까요?" 어린 왕자는 머뭇거리며 물었다.
"짐은 그대에게 앉기를 명하노라."
왕은 대답하며 담비 망토 한 자락을 위엄 있게 걷어 올렸다.
어린 왕자는 놀랐다. 그 별은 아주 작았다.
이 왕은 무얼 다스린단 말인가?

"전하…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만." 그가 말했다.
"짐은 그대에게 질문하기를 명하노라." 왕이 서둘러 말했다.
"전하께선 무엇을 다스리십니까?"
"모든 것을." 왕은 매우 간단하게 대답했다.
"모든 것을요?"

왕은 조심스럽게 자기 별과 그리고 다른 모든 행성과 항성을 가리켰다.
"저걸 전부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저것 전부를…" 왕이 대답했다.
그는 절대 군주였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의 왕이었다.

"그럼 별들이 전하께 복종합니까?"
"물론이다." 왕이 말했다.
"별들은 즉시 복종하지. 짐은 불복종을 용서하지 않느니라."

엄청난 그 권력에 어린 왕자는 감탄했다.
내가 만일 그런 권력을 가졌다면 의자를 잡아당기지 않고도
하루에 마흔 네 번 아니라 일흔 두 번, 아니 백 번이나 이백 번이라도
해 지는 것을 구경할 수 있을 텐데!  
버려 두고 온 작은 별이 머리에 떠올라 그는 조금 슬펐다.
그래서 그는 용기를 내어 왕의 은총을 빌었다.

"전하, 저는 해 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저를 기쁘게 해 주세요…
해가 지도록 명령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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