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Sep, 2006

오래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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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골목 / 천양희

        길동 뒷길을 몇 번 돌았다
        옛집 찾으려다 다다른 막다른 길
        골목은 왜 막다르기만 한 것일까
        골과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아
        엉거주춤 나는 길 안에 섰다
        골을 넘어가고 싶은 목을 넘어가고 싶은 골목이
        담장 너머 높은 집들을 올려다본다

        올려다볼 것은 저게 아닌데
        높은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낮은 지붕들이 중얼거린다
        나는 잠시 골목 끝에 서서

        오래된 것은 오래되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나무 오래된 미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나무가 미래일까

        오래된 몸이 막다른 골목 같아
        오래된 나무 아래 오래 앉아본다
        세상의 나무들 모두 無憂樹 같아
        그 자리 비켜갈 수  없다
        나는 아직 걱정 없이 산 적 없어
        無憂 무우 하다 우우, 우울해진다
        그러나 길도 때로 막힐 때가 있다
        막힌 길을 골목이 받아적고 있다
        골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다고
        옛집 찾다 다다른 막다른 길
        너무 오래된 골목


기억의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이 특별한 골목을 눈치채지 못하고 일말의 망서림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선뜻 들어섰던 그 날의 기억이 또렷하군요. ^^

이곳의 아무도 알지 못하던 그 때..
[박찬민의 머시라고]라는 싸이트의 이름은 매일 보았지만
그 이름이 내게 아직 어떤 형상도 보여주지 않던 때..

어떤 큐~싸인도 없이 덥썩 골목 안으로 들어섰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골목골목 돌아보던 습관이 들어서 고향 같아졌습니다.

골목이 골목을 낳고,낳고,낳고..
골목이 골목시市가 되고, 골목국國이 되고.
그렇게 골목 영지를 섭렵하고 다닌 것이 오~래 되었네요.
골목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진다]고 쓰신 천 시인의 말에
책상을 탁~! 두드렸습니다..
골목이 오래되면.. 살아진다.

골목이 살아진다..

모두 그렇게 살아지게 될테지요~.
지나가는 바람결에 언뜻 내비치신 <이 싸이트를 닫을까~~..>라는 말씀에
2박 3일로 잠자리를 뒤척이며 ^^* 엄~청 어수선해 했습니다..

오래된 것은 그 나름대로 기氣를 띄게 된다는데..
어쩌시렵니까...?
골목 구퉁이 전봇대에 찐하니..이름 파바박~ 새겨놔야것습니다.

- 나, 여기 있었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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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September 27, 2006
*.251.231.106

보시리님..간만입니다.
내이름도 아주 조그많게
옆에다 새기고 갑니다.
작지만 나 또한 여기있었노라...
살아진다...말..
늘 훌륭한 글솜씨...좋습니다.

간만에 다녀가면서 머시라고님께 저도
氣를 파아악 팍! 녛어드리고 갑니다.
- 아자 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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