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Nov, 2006

영혼의 주름..

보시리 조회 수 4439 추천 수 0 목록


 
      돌팔매질을 당해봐야
      영혼에 파문이 생기는 거죠
      강아지를 키우거나 나무와 이야기하거나
      꽃을 돌보는 건 쉽죠
      아무도 만나지 않고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 것처럼 그런 것들은 평온해요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처럼
      사람을 그리워해봐야
      영혼에 파문이 생기는 거죠
      사람 때문에 죽고 싶고 사람 때문에 살고 싶어봐야
      영혼에 파문이 생기는 거죠
      먹고 살기 위해 지렁이처럼 땅을 기어다녀봐야죠
      몽유병자처럼 숲 속을 떠돌아다녀봐야죠
      뒤집혀진 풍뎅이처럼 무덤 속에서 바둥거려봐야죠
      어둠 속 폭우처럼 울부짖어봐야죠
      몇 년 동안 쓴 시들을 모두 삭제해봐야죠
      강가 대나무 잎새들이 휘청거리는 소리와
      9시 뉴스를 들어봐야죠
      영안실과 조간신문을 들여다봐야죠
      연인의 침묵 속에서 미친 벌떼처럼 웅웅거리는
      신기루를 만져봐야죠
      그래야 영혼에 파문이 생기는 거죠

     -  호수 , 이경임 "여우구슬을 물고 도망치는 아이들" 중 -


영혼에 파문이 생기는 것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저는 왜인지
영혼의 주름이라고 읽었습니다.
영혼에 주름이 늘어가게 되면, 그 갈피갈피의 쪽수가 늘어가면
그만큼 녹아있는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이겠구나..싶어서요,
어코디언처럼요.

부쩍, 요즘들어 성급해지는 자신을 느낍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라면 적어도.. 자신이 주인공일테지만,
그런 테두리의 범주 말고, 사회라는 곳에 서 있을 때에
나는 배경 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
섭섭함을 누르고.. 위축되지도 않으면서, 속으로 쓴 맛을 씹지도 않으면서
나는 다른 사람의 배경 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자꾸 증명해보이려 한다는 것은 마음이 쫓긴다는 것이고,
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이고, 욕심에 눌린다는 것이고.

야망이 탁한 것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꿈이 뚜렷하면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보다는.." 이라는 상대적 사고가 나를 쫓기게 합니다..
정말 괜찮은 배경이더라도 그보다는 차라리.., 능력부실하게라도 주인공을 탐내는 것.

그림자놀이보다도 더 어려운 배경놀이는.. 다른 사람을 돋보여주는 일.
배경그림을 잘 해보고 싶습니다.
배경그림을 성실하게 잘 하게 되는 날, 나는 그 쯤에서 스스로의 젖은 등을
안심하고 두드려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기쁜 축하를 하고,

살로메의 요염한 춤의 댓가로 죽음을 맞이했던 요한의 목소리가 울립니다.
철저하게 배경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수용했던 그의 소리.

나는 그의 길을 예비하라고 광야에서 울리는 자의 소리일 뿐이다..


profile

가라한

December 04, 2006
*.135.21.45

움..
오늘 밖에 거의 4개월만에 비가 촉촉히 옵니다..
그런데.. 영혼에 파문이라..
제 가슴에는 몇개의 파문 혹은 주름이 새겨져 있나 돌아보게 만드네요..
주인공.. 좋지요.. 돋보이는 자리.. 빛나는 자리..
그러나 저는 배경이 더 좋네요.. 그렇게 이름없이 살다가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음을..
맘 편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지금은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 먹는 게 좋습니다..
내년엔 좀 더 쉽게 내가 배경인게 인정될테고 몇 해 더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더 쉽게 받아들이겠죠??
profile

보시리

December 04, 2006
*.132.31.136

ㅎㅎㅎ...가라한님의, 들어보지 못했던 목소리가..김미숙님류의 목소리로
댓글을 읽어주었습니다.
엇~, 열 줄..이상. 기억 나세요~? ^^
profile

가라한

December 06, 2006
*.135.21.45

댓글.. 10줄이상..
그래서 쓰면서 줄 띄우고 싶은 거 많이 참았습니다.. ㅋㅋ
그리곤 의식적으로 안 세고 페이지 닫았더랬습니다..
profile

머시라고

December 06, 2006
*.131.40.183

제가 스트레스를 드렸네요. ㅋㅋㅋ
List of Articles
profile 2006 년에 살고 있느냐고 5734 5734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January 12, 2006 - 22:45:49
1 댓글
profile 좋은 명언 5604 5604
Posted by 신호남 Latest Reply by jinyizhixia May 16, 2018 - 07:01:09
1 댓글
profile Adios Amigo~. file 5558 5558
Posted by 보시리 January 21, 2006 - 16:43:04
0 댓글
profile 초간편 옷 개기 5379 5379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July 07, 2004 - 00:08:15
10 댓글
profile 11월에 듣는 샹송 하나... 5258 5258
Posted by Philo Latest Reply by qzz888 January 16, 2018 - 05:47:44
1 댓글
profile 5. 바오밥 나무 씨가 많은 별 b file 5210 5210
Posted by 보시리 August 13, 2018 - 21:30:16
0 댓글
profile 닉네임 사건 5148 5148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jinyizhixia May 16, 2018 - 01:23:04
1 댓글
profile 비 개인 날 5112 5112
Posted by 은별네 Latest Reply by jinyizhixia May 16, 2018 - 10:13:12
2 댓글
profile 상사화 相思花~ file 4961 4961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Charles June 20, 2018 - 22:29:43
13 댓글
profile 심심했던 하루 .한번 웃고 넘어가요^^ 첫글. 4953 4953
Posted by 연상군 Latest Reply by June 24, 2004 - 23:28:04
3 댓글
profile )^^(> 우리가 엄지손가락에 힘 줘야 하는 이유~! 4706 4706
Posted by 송아지 Latest Reply by safsafsafsa October 07, 2017 - 12:42:29
2 댓글
profile 안녕하세요 ^^; 4550 4550
Posted by 머시라고 March 31, 2003 - 01:49:01
0 댓글
profile 영혼의 주름.. file 4439 4439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abc August 13, 2018 - 16:21:03
4 댓글
profile 뭐하는덴지는 4425 4425
Posted by 까이 March 31, 2003 - 19:05:52
0 댓글
profile 그녀의 그림자 4410 4410
Posted by 소리 Latest Reply by chenlili January 16, 2018 - 23:17:53
4 댓글
profile 자주 와~ 4322 4322
Posted by 머시라고 April 02, 2003 - 08:50:31
0 댓글
profile 식섭송 4278 4278
Posted by 박찬민 Latest Reply by January 29, 2004 - 16:57:06
4 댓글
profile 테스트 판독 4247 4247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fsafsa October 07, 2017 - 13:01:32
1 댓글
profile 홍경민 - I believe ..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file 4236 4236
Posted by 머시라고 Latest Reply by xiaoke July 04, 2018 - 19:48:07
1 댓글
profile 영화 보시리...I < 반딧불 무덤..The grave of fireflies>> 4230 4230
Posted by 보시리 Latest Reply by xiaojun January 16, 2018 - 16:38:11
4 댓글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