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Dec, 2004

띠리리링~...

보시리 조회 수 2085 추천 수 0 수정 삭제 목록
아침 다섯시 반...
인나나..그냥 화악~자나...울리는 알람을 꺼놓고..앉는 거 까지는 했는데
눈이 안 떠지네..끈적끈적하게 유혹하는 이불과 베개..
비실비실 여기저기 부딪쳐 가매..세수를 하고 아직도 깜깜한 아침으로
나왔습니다.
토욜 아침에 그래두 드문드문 보이는 차들의 빨간 꽁무니 불들..

한시간 남짓..후,
해얄 일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며.. 아직두 파랗게 얼어있는 공기에
부르르 떨고 차 속으로 뛰어듭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나치게 되는 공원들에 무심코 눈길을 주다가 흐읍~!!
하고 시선을 꽂았습니다..얇게 서리가 덮여있을 풀밭위로 허리까지
차도록 깔린..안개?.. 구름?...
드라마에서 꿈 속을 나타낼 때 쓰는 ..바로 그 드라이아이스의 효과..
그 뿌연 안개 위로 놀이 기구들이 떠있고..벤치가 부유하고..나도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스르르..

집에까지 거지반 왔는데 문득, 차문의 포켓에 꽂힌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생각 났습니다..아차차..이거 부쳐야 되는데.

차를 돌려 우체국에 가서 졸고 있는 우체통 입에 카드들을 밀어넣고는
이왕 내친 김에 빵가게로 갑니다..그래..딱 7시네..문 여는 시간..
장보기 싫어서 징징대는 나지만, 기꺼이 가기 좋은 곳이 빵가게와
원두를 파는 커피가겝니다.. 냄새가 너무 행복해서리--.
잠긴 문을 두드려 따뜻한 가게의 첫 손님이 되었습니다..
베이글 12개 사면 하나 더 주지..
거기서 족해야 하는데..글구..
장보기의 첫번째 수칙..배고플 땐 장보지 마라..기억했어야 하는데..
모두 모두 갓 구워진 따끈한 거라..느닷없이 터져나오는 욕심에..
종이백이 터지도록 집어넣어 버립니다..
'냉동고에 넣음 될꺼 아냐..'..옹색한 변명..

문을 나서며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스읍~..
머시라님의 사진첩에서 본, 그 ..파아란 하늘과 구름인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그 구름이..마치 오래 오래 기다리던 그 사람을
기대하며 동구밖에 서서 기다리고 서 있는 여인의 상기된 뺨처럼
바알갛게 빛나는 겁니다..

아아..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된 것이 기뻤습니다..
사소함에 쉽게 행복해져버린 나의 소시민적 근성이 감사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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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December 16, 2004
*.131.132.175

시간당 한두 차례씩 이 곳을 열어보며,,
띠리리링~... 이란 제목을 볼 때마다 제 핸드폰으로 손이 절로 갑니다.
무척 반가운 전화라도 온 것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
얇게 서리가 덮여있을 풀밭위로 허리까지 차도록 깔린..안개구름..
졸고있는 우체통, 동구밖 여인의 상기된 뺨빛 구름,, 하늘..
여기까지 진동하고 말 것 같은 원드커피향..
여러번 클릭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읽어지네요.. 덕분에 너무 즐겁습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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