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XX.9.14 턱없이 맑음...
내가 살아서 공기를 내 폐부로 집어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가..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삶에 대한 경외가 느껴진다..
내가 살 수 없다면 나의 모든 사고와 나의 생활 주변과 나의 사랑과 ..이 모든 것이
바로 나에게 더 이상 <아무것>일 수가 없다.
건강함..
문득 심호흡을 하다가 내가 심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 스스로의 능력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
어제..학교 합창단의 에프터에 갔다가 술좌석의 얘기 중에 교수님께서 꺼내신
피 제이( 이니셜..) 란 사람이 떠오른다..일반외과의 치프를 마치고 Fellow로
있다가 중환자실에서 급사를 한 사람이다...(제 담당 환자였습니다..우연히도..)
그 분이 의대생이었을 때 합창단을 리드하셨다는 교수님께서는,그의 목소리가
B 질리의 목소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혹적인 리릭테너였다고..회상 하셨다..
난 그때..운명하기 직전.., 무의식 속에 누워있던 그 사람의 두 발바닥이 떠올랐다.
그 사람의 30년이라는 짧은 생애에 , 몇몇 빛나는 시간이 그 사람 이외의 타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사람은 살아 있었어야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자신에게는 그토록 길고 빛나던 시간들이, 타인에겐 < 그의 목소리가 B 질리의
목소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혹적인 리릭테너였다..>는 한 줄 일 뿐..
사람은 태어난 자리보다 죽는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어느 책에서 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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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지난 얘기라서..피제이란 사람은 전혀 기억에 없는데...
느닷없이 발바닥.. 이 기억 나려고 하네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올려 봤습니다..
무겁죠~...
그래두.. 살아있다는 것을 너무도 가볍게 보고 자신의 인생이라고 맘대로
살아제끼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믄.. 화가 나서요...
지금은 중환자실이 아니지만.. 한 때.. 암 치료병동에서 일할 땐..
건강한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견디기 힘들어 했었어요...
암튼.. 오늘 살아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예요...
이곳과 같은 아름다운 장소에서 정겨운 분들도 만나고...음악도 나누(었)고
생각도 나누고..격려하고.. 사랑받고... 팬도 되고.. 팬도 생기고(신나요~!!)
건강하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