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저희 집은 때 아닌 혈액형 논쟁이 한창입니다.
“아빠, 아빠는 전형적인 A형이야,A형~!”
그렇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A형이었습니다. 그게 어쨌다는 얘긴지...?
그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 잘 삐지지?”
“글쎄~”
아내가 제 눈치를 슬쩍 보는 것 같더니 대답을 뒤로 미루는 것 같습니다.
“아빠는 틀림없이 잘 삐져~..A형은 그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제가 뭐 말도 안되는 일 갖고 삐지진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럴 때 속이 상합니다.

얼마 전 퇴근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힘 겨웠던지 아내는 차에 오르자마자 불쑥
이랬습니다.
“오늘은 칼국수나 먹고 말까...?”
저야 대환영이지요.. 피곤한 아내가 저녁 준비 하는 것도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서 당장 좋다고 했지요..
‘ 아마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외식을 할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당장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두드렸지요... 이런 경우 저는 참지를 못하지요..기분 좋은 일인데
조금이라도 빨리 알려서 조금이라도 빨리 즐거워 할 수 있게 하자는게 제
확고(?)한 주관입니다.
“정말~? 그럼 빨리 집에 갈께요~!”
더위에 지친 아이들의 목소리가 금방 환해졌습니다.
그런데 글쎄... 아내가 한입으로 딴소리를 해대는 겁니다..
“아니다.. 오늘 외식은 안되겠는데...?”  
“왜애~?”
‘아침에 끓여놓은국도 그대로 있고, 반찬도 그대로 있고.., 밥도 그대로 있는데
그거 먹어야지~..”
하이고~! 이럴 때 삐지는 것도 삐지는 건가요..?
‘애들한테 연락 다 했는데~?”
“괜찮아. 집에도 맛있는 거 있다고 해요.”
아니, 그럼 나는 뭐가 됩니까..?
이럴때 삐지는 것도 혈액형과 관계가 있는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몇 번 당하고 나면서 이제는 아내가 외식할까? 하면 속으로 그러지요..
‘이젠 안 속는다 안 속아~.’
아이들이 이걸 눈치 채고 그러는 겁니다.
“교인들은 아빠가 저렇게 잘 삐지는 걸 모르실꺼야~. 이걸 어떻게 들통나게 할까~?
우리도 칼럼 쓸 기회를 가져야 해~.”
이것들이 좀 크더니 기고만장해 졌습니다.
“엄마 혈액형과 성격은 어떠냐~?”
제가 슬쩍 말머리를 돌립니다..궁지에 몰릴 때 하는 수법입니다.
우리교회 교인들은 제 아내가  조신하고 얌전하고 말도 없고 다소곳한 줄 압니다.
적어도 교인들 앞에선 그렇습니다..말도 크게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떠들어도 말리지도 못 합니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집안에 들어오면 화악~ 달라집니다.
교인들 앞에선 웃음소리도 나지 않게 웃던 아내가 제 앞에선 쾅쾅거릴 때가
있습니다..아이들도 종종  “우리 엄마 맞아~?”  할 때가 있습니다..
“엄마는 O형인데 교회가면 A형으로 변하고 집안에서만 O형이야..
아~ 엄마의 이중 생활~..!!”
아이들이 갖고 있는 혈액형 지식에 의하면 A형은 좀 조용하고 삐지기 잘하고
작은 것에 민감하고 .., O형은 좀 와글와글하고 왠만한 것에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게 맞는 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교인 몇분에게 물어 본 모양입니다.
“우리 엄마 혈액형이 무슨 형일 것 같으세요~~?”
대부분 A형 일거라고들 하셨고, 저는O형일 거 라는 답을 들었다는 겁니다.
실제는 다른데요...
“ 야~! 혈액형에 대한 편견은 버려~!”
제가 소리를 쳐도 소용이 없어요..
결론은 이렇습니다..저와 아내 모두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거지요..
교회 앞에서의 모습과 집 안에서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이고..,이거 야단났네...
그런데 이게 요즘 저희 부부에게는 아주 좋은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아내의 목소리가 커지거나 쎄게 나오면 제가 당장 그럽니다..
“어라아~! 숙자의 이중생활 나오네~!”
그러나 아내도 지지 않습니다.
“한 목사님 이중 생활도 만만하지 않어~!”
하이고~.. 저희 부부는 부끄럽게도 이중생활(?)하는 어리석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이런 어리석음에 충실할 수 밖에 없음을 너그러이 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ㅎㅎㅎ...
찔려가며..웃어가며..베꼈습니다..
저는 싸이코틱~! 한 면이 가장 많다는 AB형입니다..^^;;
님들은 무슨 형이세요~? ^^*
List of Articles
번호
339 "야," "너~!" 라고 하지 않고, 꼭 이름을 불러주기~. [2] 보시리 2005-02-22 2265
338 휘어진 손가락 [2] 보시리 2005-02-21 2106
337 참..숨 한번 길게 참았네요...^^;; 보시리 2005-02-21 2098
336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 [2] 보시리 2005-02-19 2087
335 네에~..다시 개통을 축하! 보시리 2005-02-19 2108
334 happy!!! file [3] 쏘주한사발 2005-02-18 2131
333 홈페이지 서비스 중단 안내 (2. 19. 토) [3] 머시라고 2005-02-17 2073
» < 베낀 글.. >우리 부부의 이중 생활 – 한용구 목사님 보시리 2005-02-16 2302
331 비가 무진하게 오시는구만.. 보시리 2005-02-16 2147
330 멍한 나를 포복절도시킨 이야기 - 노홍철의 '아가리' file [1] 머시라고 2005-02-16 2077
329 잠 못 이루는 밤... 보시리 2005-02-15 2107
328 며느리 애환시..라네요~...^^;; [5] 보시리 2005-02-14 2394
327 노래에 젖어~.. [1] 보시리 2005-02-14 2080
326 아름다운 그녀.. file [4] 보시리 2005-02-12 2163
325 편한 자리에... file [4] 보시리 2005-02-12 2147
324 백지를 앞에 둔 다는 것~.. [1] 보시리 2005-02-11 2104
323 그렇게 마지막을 보내고.. [3] 보시리 2005-02-09 2201
322 간만의 인사 [4] 그때가그리버 2005-02-07 2231
321 신 새벽에... [2] 보시리 2005-02-07 2252
320 ㅎㅎ..명절 선물..입니다~ file [6] 보시리 2005-02-06 2155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