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Mar, 2005

하루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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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   장자   --

마음 속에 슬픔의 안개가 꽉 들어찬 느낌을 ..아십니까..
퍼내어도 퍼내어도 퍼지지않고 손으로 휘저어도 흩어지지 않는 절대의..힘.
내 배 비우기도 안되는데..남의 배가 안 비어있다고 탓할 수는 없은데..
언제나 곤란할 때마다 발동하는 자기보호본능이 문제의 촛점을 외부에다
두려고 안간힘을 씁니다...한정된 공간에 둔 드라이 아이스처럼..안개가
짙어져서 방향을 알 수가 없습니다.

광우병 파동의 주범이라는 슬로우 바이러스(prion)라는 물건이 있습니다..
이 프리온은 생물체가 아닌, 변형 단백질인데..접촉에 의해 주변의 단백질을
녹여버립니다.. 이것이 어떤 경로로든..뇌 속에 잠입하게 되면..몇 달에 걸쳐
뇌 세포를 녹이지요..그럼으로 인해 해당되는 몸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아니니 죽일 방법도 없습니다...끓여서 살균하는 것
도 안 통합니다..
이것이 소가 아닌 사람에게 발병되면 병명이 광우병이 아닌 <크루츠펠트
제이콥스 병>이라는 어려운 이름으로 바뀝니다..

이런 머리아픈 글을 왜 쓸까.. 저도 고민입니다..

이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슬픔>이라는 존재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거
같아서 그랬습니다..
내게로 오지마라.. 닿으면 옮는다..워~워..
기쁨은 나누면 두배.. 슬픔은 나누면 반감..정말로 그런가..사기같다..워~워
하긴.. 여기에 이렇게 쓰는 행위도 나눔의 일종이니..
제 스스로 앞뒤의 말이 얽히고 있군요..자가당착..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에서, 아트레유가 아우린을 목에 걸고
아르탁스라는 말을 타고 환타지아를 구할 <구원자>를 찾아 떠났을 때
가장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좌절은 <슬픔의 늪>에서 일어납니다.

보기엔 흔한 진창 늪으로 보였는데..한 발자국을 들이민 아르탁스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지더니..중간에 멈춰서고 맙니다..그곳은 진창 늪이니 점점 빠져들 수 밖에요..
'아르탁스 왜 그래~!  멈춰 서면 안돼. 빠져 들어간단 말이야~!!"
"아트레유..난 더 이상 갈 수가 없어..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슬픔이 너무 커서 움직일 수가 없어..이 늪은 틀림없이 모우라의 슬픔의
늪일꺼야..난 이제 희망이 없어..움직일 수가 없어..내 힘으론 안돼.."
"왜 안된다는 거야~..나처럼 해 봐!! 할 수 있어.. 죽는단 말야, 아르탁스 제발~!!!"
"너는 어린 왕녀님의 아우린이 너를 그런 감정에서 보호해 주고 있기 떄문에
이 슬픔의 늪의 영향을 받지 않은 거야..어서 나를 이 슬픔 속에 놔두고 가렴....
네겐 해야 할 일이 있잖니~.."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슬픔의 늪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아트레유는 절규합니다..차라리 이 아우린을 네게 줄께..
안돼, 아트레유..안녕..이 깊은 슬픔보다 차라리 내게 평화를 느끼게 해 줘..

이렇게 쓰다보니..어린 왕녀의 아우린이 제게도 힘을 좀 보태줬나 봅니다...
하루종일 너무 길었던 하루..
밤은 늦었는데..

이제 해가 뜨게 되면 이 안개도 걷히리라 기대하면서..






profile

머시라고

March 13, 2005
*.131.129.106

긴 하루를 보내셔서 그런지, 글도 기네요.
profile

이기다

March 13, 2005
*.204.49.160

언제부턴가 너무 많은 일이 있던 날이면
또 너무도 화가나고 억울한 일이 있었던 일이면
정말 큰 일이있었던 날에도

아니 그런 날엔 더 아무말도 하기 싫어 지더라구요
입이 꼭꼭 닫힌것처럼 세어나오지 않는 말들..그런 걸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빈배.................................정말 그런거 같네요.............................................
만들수 있을까요...~~

슬픔의 늪에 두고오면 되는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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