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Apr, 2005

Carpe Diem~!!

보시리 조회 수 2418 추천 수 0 목록
<용기있는 자기표현>이라고 할 때, 그 빛나는 한 예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 인물로,
죤 키팅이 있다. <시인이 죽은 사회>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열연했던, 변화를 주도하던
한 고등학교 교사이다.  
기억에 깊이 남는 이 명화에서, 그는 한 명문 사립 기숙 학교의 교사로서 그려진다.
그는 규율에 얽매이고, 자만심에 똘똘 뭉친, 영적으로는 메마르기 짝이 없는 일단의
학생들을 이끌어 그들의 각각의 삶이 독창적이고도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변화 시킨다.

키팅이 지적한 대로 이 학생들은 자신들의 꿈이라든가 야망같은 것은 애초에 잃은 지 오래였다.
이미 자동적으로 자신의 부모님이 만들어놓은 청사진에 따라, 의사가 되거나 변호사,
은행가가  될 생각이다, 이유는 단지 그들의 부모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자신들은 말라버린 나무처럼, 자신들의 마음이 무얼 원하고 있는지..생각조차 해 본 일이
없다.

영화의 초입부분에서, 키팅선생은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 로비로 간다.
거기엔 선배들의 트로피와 사진들과 전력이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다.
"이 사진들을 봐라. 이 사람들의 눈들도 바로 너희들의 눈들과 같은 불꽃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뭔가 굉장한 것으로 만들어 이 세상을 폭풍과 같은 기세로
제압하겠다는 부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70년 전의 얘기다.
지금 그 대부분은 정원이나 가꾸며 살고 있다.
그 중의 과연 몇명이나 자신들의 꿈대로 살아냈을까?  그 사람들이 애초에 설정했던
대로 그런 멋진 삶을 이루어 냈을까? "
키팅 선생은 자신을 둘러싼 부잣집 도련님들에게 몸을 굽히고 속삭인다.

" Carpe Diem, Seize the day !!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을 살아라~! "

처음에 학생들은 이 희한한 선생님이 무얼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그 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새로운 비젼을 갖게
되고, 또 이전에 가슴 속 깊이 숨겨놓았던 꿈들을 되찾으며, 그럴수록 키팅선생을 더욱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

<우리 모두는 마음의 생일카드 같은 것을 지니고 살아간다.
거기에는 우리가 서로에게 나누고 싶어하는 것들, 우리가 평소에는 품 속에 감추고서
잘 드러내지 못했던..기쁨이나, 창의감이나, 생동감 같은 것들이 있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로 녹스 오버스트릿이라는 학생이 있다.
그는 현재 어느 예쁜 여학생에게 깊이 반해있다..문제는 그 여학생이 학교의 스포츠 스타의
여자친구라는데 있었다. 가엾은 녹스은 그 아름다운 소녀의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사랑했음
에도 가까이 다가갈 자신감이 전혀 없다.  그러다가 녹스는 키팅선생의 어드바이스를
기억해낸다.
<Carpe Diem~! 오늘뿐이다~!!>
그냥 꿈만 꾸고 있을 수는 없어.., 네가 그녀를 원한다면 무언가를 해야 해...
그리고 그는 그렇게 했다..대담하게,그리고 시적으로 자신의 그 섬세한 감정을 그녀에게
전한다.
그 과정에서 녹스는 그녀에게 차가운 거절을 당하고, 그녀의 남자친구의 펀치를 코에
터뜨려  맞고, 둘러싼 방청객들의 조소를 받는다.
그럼에도 녹스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길 거부한다..그리고 그 마음의 소원을 쫓아간다.
놀랍게도 종국엔 그 소녀가 녹스의 순수한 열정에 마음을 열게 된다.
녹스는 잘생기거나 인기가 있거나 하지 못했지만,그의 한결같던 의도가 그녀를 사로잡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삶을 특별한 무엇으로 만들었다.

나 역시 그 <Carpe Diem!>을 실행할 기회가 있었다.
어느날 펫스토어에서 귀여운 girl을 만나게 되었는데, 만난 순간에 마음에 박히고 말았다.
그녀는 나와는 나이차이가 꽤 있는 사람이었고, 라이프 스타일도 아주 많이 달랐다.
그리고 공통된 대화소재도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그런 것들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와 나누는 대화가 즐거웠고, 그녀의 존재만으로 주변이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 역시 나와의 대화를 즐기는 듯 했다.
그녀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나는 데이트를 신청하기로 마음 먹었다.
전화를 걸어야 하는 순간에나는 전화기 앞에서 30분 이상 망설이고 있었다.
드디어 겨우 다이알을 돌리고는..벨이 이쳐 울기도 전에 전화기를 내려버렸다.
마치 고등학교 학생처럼 가슴이 뛰며, 떨리는 흥분과 거부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안절부절 못했다.

지옥으로부터 울려나온 듯한 소리가 계속 질리게 했다..네 용기가 가상하다..그녀에게 감히
데이트 신청을 하려 하다니.. 하기만 해봐~..그녀는 기가막혀 너를 싫어하게 될거다~!!
그 소리에 그만 굴복되기엔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이 더 강했던지라 드디어 힘을 내어
전화를 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하며, 이미 다른 계획이 있다고 했다.
얼굴 앞에서 문이 쾅 닫힌 느낌이었다..그래서 내가 뭐라든..? 더 이상 창피당하지 말고
그만 포기하자...전화하지 말라고 충고했던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내 마음속의 이 끌리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아직 제대로 표출되지 못한 <나>가 소리내고 있었다.. 난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껴..그것을 전하고 싶다..

드디어 예쁜 생일 카드를 준비하고는, 그 안에 詩的인 글귀를 썼다.
그리고 그녀가 일하는 펫스토어로 걸어갔다.. 문에 가까이 가자, 그 거슬리는 목소리가
다시 내게 경고해 왔다.. 만약 그녀가 너를 안 좋아하면 어떻할래?..만약 거부하면..?
느닷없이 불안해진 나는 그 카드를 셔츠 밑에 감추었다..
그래.. 두고보자.. 그녀가 내게 호의적이면 카드를 주고, 냉냉하면 그대로 나오자..
그러면 창피 당할 일도 거부 당할 일도 없을테니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녀의 태도는 그 어느쪽도 아니었다.
심적으로 불편해져버린 나는 문을 향게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문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느닷없이 마음 속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처음에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삭임이었다..그 소리가 나를 저지했다...
녹스 오버스트릿을 기억해..Carpe Diem!!..
나의 마음안에서 두가지 힘이 싸우고 있었다..
감정이 발가벗겨짐에 대한 불안감과, 나의 마음을 모두 전하고 싶은 갈망이..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비젼을 가지고 비젼 속에 살라고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나 스스로도 내 비젼 안에 살 수 없으면서..
최악의 시나라오가 대체 뭐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쁜 축하카드 받으면 기분 좋아하잖아..
Seize the day!!
그렇게 결정을 하자 혈관을 타고 용기가 불끈불끈 솟아나는 듯 했다.
틀림없는 <결심>의 파워였다..

셔츠 밑에서 카드를 빼들고 돌아서서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나는 놀라운 생동감과 흥분을 느꼈다..두려움도..함께..
(프릿츠 펄스는 이 느낌을 <숨막히는 흥분>이라고 표현했다)
아무튼 나는 카드를 그녀에게 전했다.
그녀는 카드를 받더니 대수롭지 않게 <고마와요>하고는 옆으로 밀어놓고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심장이 툭! 떨어졌다..실망감에 사로잡혔다..거부당했다..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은 직접적으로 거부당하는 것보다도 더 나빴다.
나는 그래도 상냥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그 가게를 나왔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갑자기 기분이 즐거워졌다..
내 안에서부터 거대한 만족감이 파도처럼 일어나서 나를 삼켜버렸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고, 그 만족한 느낌은 대단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 뒤의 무대로까지 뻗어나간 느낌이랄까..
그래..좀 우물쭈물하긴 했어도 암튼..난 해냈다..
(에마 폭스는 “Do it trembling if you must, but do it!!
덜덜 떨더라도 해야 한다면.. 하라”고 했다.)
나는 그 결과의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 마음을 쏟아내었다.
그 댓가로 무언가를 바란 것 없이..특정한 반응을 강요함 없이 내 감정을 열어보였다.

<어떤 관계이든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당신의 마음을 계속 드러내놓아줘야 합니다..>

나의 즐거운 감정은 따뜻한 행복감으로 깊어졌다..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만족한
느낌이었다. 이 사건의 의미는 무엇인가..나는 상대에게서 어떤 상응하는 반응을 요구함
없이 나의 마음을 열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내가 그녀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해간다는 것이었다...그리고 나는 해내었다.
키팅선생이 나를보았다면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다,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 이후로 나는 그녀를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일은 나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어떤 관계이든지..그 관게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네 마음을 열고 네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라..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에 <상처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우리를 상처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아픔은< 우리가 사랑을 주지 않을 때> 온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니까..
우리는 사랑을 주고 받을 때 우리의 능력이 가장 힘있게 일어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를 왜곡된 방향으로 이끌어왔다.
다시말해..우리의 웰빙은 우리가 주변에서 얼마나 사랑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론이다.
이런 뒤바뀐 사고는 그동안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문제들을 야기시켜 왔다.
우리의 웰빙은 우리가 얼마나 사랑을 주는가에 있다.
무엇이 내게로 오는가가 아니고 무엇이 내게서 나가고 있는가 이다. ~^^*~

<Chicken Soup for the Soul중>

profile

머시라고

April 04, 2005
*.131.132.175

아~~~~~~ 길다.
읽기도 전에 덜컥 겁부터 나네요. ^^
profile

보시리

April 04, 2005
*.205.184.154

화악~! 줄일까요~? 말씀만 하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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