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Jun, 2005

카라쿨 호수..[박재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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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불룸쿨에서 끝났다..

그런데 아니다. 조금 더 가보니까 강은 우리와 함께 쉬다가
우리가 움직이자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길과 함께 꾸불거리며.

3600 고지다.
거기에도 마을이 있었다.
바로 눈 앞에 설산이 보이는데 7,790미터란다.
설산을 쳐다보다 아래를 보니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아, 여기다!
여기가 그 유명한 카라쿨 호수다!
파랗게 찰랑거리는 호수의 물, 하얗게 몇구비로 솟은 설산..
그 설산을 휘감고 있는, 아니 설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름들..

여기야말로 비경 그 자체였다.
한동안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말,
너무도 평범한 말이었지만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신비하구나~!!"

우리는 호수의 가장자리를걸었다.
장감독은 여기서 바리공주가 검은 빨래를 희게 빨고
흰 빨래를 검게 빨아야 한다고 한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바리공주가 서역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달라고 하니까
빨래를 하고 있던 마고 할미가
자기가  빨고 있던 빨래를 대신 빨아주면 가르쳐 주겠는데
검은 빨래는 희게 빨고 흰 빨래는 검게 빨아 놓으라고 한 장면이다.


그런데..
검은 빨래를 희게 빠는것은 되는데, 흰 빨래를 검게 빠는 것이 되지 않아
울면서 얼음이 둥둥 뜨는 이 차가운 호수에서 빨래를 계속 하다보니
손에서 피가 나 검게 변하여 마침내 길 안내를 받게 된다..
그런데 그 길이란 것이..
호수 안으로 촛불을 켠 채 들어가야 한다는것이다..
그래서 바리공주가 촛불을 들고 호수 안으로 들어가는 곳,
그곳이 바로 카라쿨 호수인 것이다..

7,546 미터의 무스타크 산이 구름에 휩싸여 있고...

~*~*~*~*~*~*~*~*~*~*~*~*~*~*~*~*~*~*~*~*
마음을 비우고, 그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어린 소녀가 외로이 떠돌고 있는..
갈 방향을 알지 못하면서 나아가야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 작고 부르튼 손으로..얼음물에서 문질러져서
흰 빨래가 검게 되도록, 고통가운데 겪어가는 <견딤>이
내 마음을 아픔으로 굳게 하다가..녹게하다가..


(사진 - 카라쿨 호수..위구르어로<검은 물의 호수..>라는 뜻.)
          = 윈트리님의 걸어다니는 세상에서..=

profile

머시라고

June 20, 2005
*.131.132.175

보시리님 덕분에
게으른 제 발걸음이 많은 곳을 여행하게 되고,
혼자 노느라 지식이 얇아 무식이었는데
들려주신 이야기로 괜히 두터운 척, 폼 잡는 상상.. 항상 고맙습니다.
호흡도 호흡이려니와 촛불은 또 어떻게 켜들고 호수 안으로 들어갔을까요...
profile

보시리

June 21, 2005
*.202.172.64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에로스는, 어머니의 시샘으로, 황금화살로 찌르라는 명을 받고
공주 프쉬케를 찾아가지만, 오히려 그 아름다움에 놀라,자신 스스로가 화살촉에 찔리고
맙니다...그리고 물론 상사병에 빠지게 되지요.
긴 이야기 중간에 뭉텅 잘라먹고..암튼..
프쉬케를 변칙적인 방법으로 해서 아내로 맞았지만, 프쉬케는 그를 보아서는
안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어느 공포스러운 괴물에게 제물과 마찬가지로
바쳐진 줄로 생각했던 프쉬케는 밤마다 찾아오는 남편이 두렵다기보다.. 따스하고
넘치는 사랑을 주는 부드러운 존재라고 느끼게 되고, 언니들의 충동질 속에
금기의 약속을 깨고 촛불을 비추어 봅니다.
에로스의 아름다운 모습에 정신이 없던 프쉬케는 그만 뜨거운 촛농을 에로스의 어깨에
떨구게 되고, 잠에서 깨어난 에로스는 실망과 분노와 슬픔에 사로잡혀..떠나버립니다.
(아프로디테의 질투로 인해 강력히 금지되어 있었으므로..저주를 받게 되든가..??)

눈물로 후회하던 프쉬케는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의 도움을 받아 아프로디테에게
나아가고, 아프로디테는 그녀를 혹독하게 시험하지요..
그 중의 마지막 시험이 바로 저승의 왕비인 페르세포네에게 가서, 화장에 필요한
신들의 향료를 받아오는 것이었습니다.
프쉬케는 그 의미를 알았습니다.
살아있는 자가 제 발로 저승으로 간다는 것은 곧 죽는 것임을.
프쉬케는 천길 낭떠러지 위에 있는 첨탑으로 올라가 거기서 뛰어 내리려고 합니다.
막 뛰어 내리려는 순간에 <형상없는 목소리>가 등장하여 말합니다.

"여러 번 신들의 가호를 입은 그대가 이렇게 목숨을 끊어,
이제껏 도와 주던 신들을 슬프게 하고
이제껏 미워하던 신을 즐겁게 해서야 되겠는가~?"

그리고는 이어서 저승으로 가는 길, 저승의 문을 지키는 머리가 셋 달린 개,케르베로스
옆을 지나는 방법,그리고 되짚어 오는 방법까지 소상하게 일러 줍니다...

관건은 과연 저승까지라도 가려는 의지가 얼마나 있는가를 보는 것이겠지요..
바리공주는 일단.. 촛불을 들고 물 속에 발을 디밀어야 했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한계가 많이 있나 보더라구요..
있는 것도 보지 못하고 또, 없는 것을 착각하기도 하고..
물 속으로 발을 내어밀 때 알게 되겠지요..
숨도 막히지 않고, 촛불도 꺼지지 않는 길을.

인디아나 존스에서 성배를 찾아가던 존스처럼..
절벽 밖으로 일단 발을 내어 디뎌야 압니다..길이 있었음을.

답이 너무 길어 어수선하군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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