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Jul, 2006

6. 마흔 세 번의 석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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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린 왕자..
너의 쓸쓸한 생활을 나는 이렇게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네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조용하게 해가 저무는 풍경 밖에 없었다.
나흘째 되는 날 아침에, 너의 이 말을 듣고 그런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었다,
그때 너는 이렇게 말했지.

"나는 해 지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지금 해 지는 걸 보러 가요…"
"그러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지…"
"기다리다니, 뭘요?"
"해가 지기를 기다려야지~."

너는 처음에 아주 놀란 얼굴을 하더니, 곧 네 스스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말했지.

"나는 자꾸 내가 내 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단 말이야."

그렇다. 누구나 알다시피 미국이 한낮이면 프랑스에서는 해가 저문다.
해가 저무는 것을 보려고 일 분 안에 프랑스로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있거든. 그러나 너의 작은 별에서는 의자를 조금 더 당기기만 하면
되지. 그래서 넌 그러고 싶을 때마다 마음껏 석양을 바라보곤 했었어…
"어느 날이던가, 난 해 저무는 걸 마흔 세 번이나  보았었어"

그리고 얼마 있다 이렇게 덧붙였다.
"아저씨도 알 거야…. 너무 슬플 때면 해가 저무는 것이 보고 싶어져."
"마흔 세 번이나 해 지는 걸 보다니, 도대체 그 날 얼마나 슬펐었는데?"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닷새째 되는 날, 그 날도 역시 양 때문에 나는 어린 왕자의 삶에 깃든 비밀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말없이 생각해 온 의문인 듯, 그는 갑자기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던졌다.

"양이 작은 떨기나무를 먹는다면 꽃도 먹을까?"
"양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어."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럼, 가시가 달린 꽃도 먹지."
"그렇다면 가시는 무슨 소용이야?"

나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내 모터에 꽉 조여 있는 볼트를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장이 너무 심각해 나는 무척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마실 물도 거의 떨어져 최악의
사태를 염려해야 했다.

"가시는 도대체 무슨 소용이야?"
어린 왕자는 한 번 질문을 던지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볼트 때문에 화가 나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가시 따위는 아무 소용도 없어. 꽃들이 괜히 심술을 부리는 것일 뿐이야!"
"아~!"
어린 왕자는 잠시 말을 않더니 심히 토라진 소리로 나를 몰아세웠다.

"그럴 리 없어!
꽃은 약한 거야. 꽃들은 순진하다구.
그래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자기 몸을 지키는 거야.
꽃들은 자기 가시가 적들을 두렵게 만든다고 믿고 있어~!"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놈의 볼트가 정 풀리지 않으면 망치로 두들겨 뽑아버려야지.'

그러나 어린 왕자가 다시 내 생각을 흐트려 놓았다.
"그럼, 아저씬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꽃들이…"
"아니, 아니야! 난 지금 아무 생각도 없어!
그냥 아무렇게나 대답한 거야.
나는, 나는 말이야, 지금 중요한 일 때문에 너무 바빠!"
그는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중요한 일이라구?"
그는 기름으로 새까매진 손에 망치를 들고 그에게는 매우 흉측스러운 물건으로
구푸려 있는 내 모습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저씨도 꼭 어른들처럼 말하네~!!"
그 말에 나는 좀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그는 냉정하게 덧붙였다.
"아저씨는 혼동하고 있어. 아저씨는 모든 게 뒤죽박죽이야!"
어린 왕자는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
어른처럼 말하는 모든 말들이 부끄러운 것은 아닐 겁니다.
아이는 아이의 생각을 하는 것이고, 어른은 어른의 생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니까.
장미에게 있어 가시가 중요한 만큼, 사람도 이 세상에서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다만.. 그 우선순위가 지나치게 뒤틀리지 않는다면..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멜기세덱이 하던 말이 칼같이 스칩니다,
자아의 꿈,신화Personal legend를 이루는 것이 사람이 이 세상에 온 존재 목적임에도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너무 빨리 배워버린다, 그리고는 그 꿈(자기자신의 신화)을
이루는데 냉기를 주는 부정적인 생각들 때문에 너무도 쉽게, 빨리도 포기한다고.

포기는 베추 세는 단위라니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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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