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Nov, 2004

그때는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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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틈틈히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누가 들으면 "팔자 조~오타. 책 읽을 시간 있으면 머머머~머머머머~~" 하실수도 있겠지만, 정말 화장실 갈때나 손에 들고가 잠깐 볼 정도로 아주 틈틈히 보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이 책을 보는 이유는, 봤던 영화나 읽었던 서적에서 많은 공감대를 보여줬던 인석(evmind.net)이가 강력 추천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티티새』라는 책에 상황은 달랐지만 이런 구절이 나왔다.

  '부끄럽지만, 그때는 꽤나 절실하게 말했다고 생각한다.' 한 열서너 페이지를 더 끄적이다보니 '이렇게 강렬한 충동도 언젠가는 희미해질 것이라는 아픔. 이것이 향수라는 것일까.' 라는 회상.

  그때는 꽤나 절실했고, 그 절실함으로 인한 욕심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멀어지게도 되었지만, 어느 순간 내겐 그 절실함들은 희미해져버려 별것 아닌 것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절실함에서 오는 짜증남에 대해 나름대로 참기도 많이 참았다. 짜증날 때가 있으면 찾아오는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하던 느낌을 상기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내 대응방식은 조금 달랐다. 내가 덩치가 작다보니, 참으면 나를 쉽게 보는 것 같이 느껴지는 때가 많았다. 싸~가지 투를 던져오면 나의 작은 덩치에 대한 자격지심은 키가 크면 곱지 않게 보이고, 덩치까지 크면 우선 성질이 나게 발동했다. 어차피 희미해질 것이라지만, 절실함을 모욕하면 안되겠다는 것이 내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던 것이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면죄부라도 구한 것마냥 까불었던 것 같다.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평가한다는 말인가... 나는 뭐 잘났다고.... 나도 그 나이 때는 별다른 것 없었으면서 지표라도 되는 것마냥 깝친 것 같다... 나이먹고도 정신 못 차린 것 밖에 더 없게 되어버렸다. 그것도 비겁한 방법으로다가...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 대응을 보였던 상황에서의 행동들과 유사성을 갖고 있는 내 과거의 경력들이다. 옳은 것이던 그른 것이던 내 행동에는 '또'라는 단어가 붙게되고, 한 차례 더 거듭하여 '항상 그런 놈'이 되어버렸다. 과거 그랬다면 그런 전제조건 하에서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는데, 화려한? 경력만 하나 더 늘려버렸다. 방법이 잘못 되었다.

  그때의 절심함이 희미해진다고 했지만 상처난 녀석은 기억도 못하고, 상처낸 놈은 잊어주길 바랬지만 사람들은 2년전 일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원인은  내가 제공하였지만 보지도 않았으면서, 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사람 마냥 너무 쉽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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