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pr, 2005

찜찜함 둘

머시라고 조회 수 12163 추천 수 0 목록
봄비라고 하기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 뒤
조금은 낯설지만 대지가 평온을 되찾은 듯한 어제였다.
자욱한 안개 속에 시작한 오늘은
안개가 걷히면 그 평온이 무르익을 것 같다.
완연한 봄날이다.

봄날에도 공동체는 개인의 양보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그 양분으로 공동체의 평화가 유지되나보다.
그러나 그 양보와 희생은 몇몇 개인에게 국한하여 강요되는 것 같다.
조용히 있을려다 이런 말을 꺼냈을 때
너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의 나불대는 주둥이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바늘과 실을 찾아댈 지 모른다.
어디갔지? 아.. 진영아, 반짇고리 반납해라.. ^ㅁ^

저번에 말했던 찜찜함 하나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찜찜함 둘이 겹치다 보니 짜증이 만빵이다.

※ 여기서부터는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읽지 마시길...

씁쓸한 기분에 밀크커피를 뽑아 들었는데 똥물 같았다.
마시는데 맛도 이상하고 찜찜해서 더 이상 들이켤 수 없었다.
샤워하고 나오는데 샤워실문도 기숙사방 문도 모두 똥색이다.
학교와서 똥색 출입문 밀치고 들어오는데
세상은 똥빛을 통해서만 소통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내 옷을 보니 똥 같다.
기분 업시켜 보려 빨강색으로 갈아 입었는데, 누가 피똥 싸 놓은 것 같다.
들어와 앉은 책상도 똥색.. 똥색 독서대.. 똥 닦은 종이로 만든 것 같은 박스들..
타이핑하고 있는 손도 똥색... 거울 속의 나도 똥색..  
똥 같은 나와 똥 같은 세상.
돌아와라 커피맛아~
안돌아오면 득음할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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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