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04

[총회] 졸업생 인사

박찬민 조회 수 3586 추천 수 0 목록
해질녘 창가에 서면, 창밖에서 나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묻는다.
  “나와 너, 어제와 오늘. 뭐 달라졌냐?”
그래도 아침에 사라지며 했던 질문보다는 쉬운 편이다.
  “네가 없어도 되지 않냐? 그 곳에서 오늘 뭐 할일 있냐?”

  흔적. 그도 흔적이고, 오늘도 어제와는 다른 흔적이 있다. 이 곳에 있으나 없으나, 어제도 오늘도, 바닥에 쓰레기 하나조차 여전히 나뒹굴고 있다면, 이 곳에 내 오늘의 흔적은 없었던 것이다.

  나와 공동체. 그 우선순위를 따지기 이전에, 나의 활동과 공동체의 발전이 맞물리는 곳에 있는가. 이 곳은 나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디딤돌인가, 아니면 강의가 끝난 뒤 가까운 쉼터일 뿐인가. 이 곳에서 N분의 1만큼의 활동에 만족하고 있는가, N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가.
  하루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면, 공동체의 목적을 상기하며 대화해보는 자리는 마련해 보는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으로 간주하고 귀찮음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밤에 그를 만나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내가 카나리아를 죽였다고 했다. 카나리아를 검색했다. 광부들에게 산소부족이나 유독가스를 죽음으로 알린 새. 내 관조적 태도가 공동체의 카나리아를 죽였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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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