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이 놈의 새끼야!’라고 하는 말 등의 윽박지름이
사실은 닭살 돋을까봐 표현하지 못한 좋은 말의 변형이라고 생각하고 지내야 할까.

고양이는 연예인도 아닌데 하루 미니홈피 방문자가 200명 정도다.
일과시간에 숲 속에서 미니홈피를 안하면 30~50명 정도다.
30~50명은 어떻게 측정했을까.
그랬다.
늑대가 몇 주 전 숲속에서의 미니홈피 접속을 막아버렸다.
네이트온도 막아버릴까 했지만 참았다.
다른 동물들의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그런데 늑대는 이런 자신의 결단과 생활방식이 잘못됐다고 느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뒀나 싶었다.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접근하는 방법에 수정이 필요하고,
자신의 열정을 다른 짐승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이었을까.

고양이는 미니홈피에 새 댓글이 달렸다는 메시지가 네이트온에 뜰 때마다 내용확인도 안되고 답글도 못 남기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지금 숲 속에서는 미니홈피 접속이 아주 잘 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늑대는 여우와 고양이가 서로에게 더욱 의지하며 돈독해지는 관계가 될 수 있게 도왔다.
이번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늑대는 그 관계에 함께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느껴왔다, 여우와 토끼 때도 그랬듯.

오후에만 나오시던 코알라 아줌마께서 여름에는 쉬고 싶으시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아프시기도 하고 여름엔 숲에 와도 별로 좋지 않으시다고.
호랑이, 여우와 고양이 그리고 늑대가 숲 속에서 여름을 나게 됐다.

늑대는 책을 꺼내들고 되뇌인다.

 주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게 해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문』 중

늑대를 아는 사람이 그가 기도문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느 정도 슬픈 날에도 한참을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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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태

June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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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숲속에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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