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Sep, 2004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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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당숙의 상喪 때문에 5촌 막내고모 따님? 명주를 2년만에 만났었다.
당숙 쪽과는 다르게 고모 쪽은 6촌들과의 만남과 대화의 자리가 흔치 않아 서먹했다. 이번 기회에 조금은 친해 보려 얘기를 꺼내 보고 싶은데, 무슨 공감대가 있는지 알아야 말을 걸어볼 것 아닌가. 먼저 말을 걸어올 성격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20대 청춘의 화두, '사랑'을 단 한마디로 끄집어 냈다.
찬민 : 남친 있냐?
명주 : (얼굴 발그레,, 부끄부끄) 네..
찬민 : 머하는 사람이야?
명주 : 오빠랑 같은 학교 무슨 과에 다녀요,,
찬민 : 그래? 한번 만나봐야겠는걸??
명주 : (다행스럽다는 한 숨과 함께) 지금은 군대에 있구요,,^^
(어디서 만났는데? 어떻게 사귀게 된거야? 등등의 질답문 오가고)
찬민 : (그냥 던진 질문) 남친 어디가 좋아?
명주 : (고개 설레설레하며 엄청 고민하다가 혼자 좋아 죽는 표정을 하며)
          그냥, 전부 좋아요~ (얼마나 좋던지, 음정까지 불안하다.)

외가母家 쪽 이리저리 5촌, 다혜네 집에 놀러갔을 때의 일이다.
홍다혜는 '귀부인딸', 'Beach' 등의 대화명을 사용하다가 근래에 '니코로빈♬'이라는 대화명을 이 홈피에서 사용하고 있는, 살레시오여중 1학년임을 무척 강조하는 귀여운^^ 조카다.
다혜가 보아팬fan이다. 나는 보아를 아직 좋아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안 생겨 관심이 없었는데, 교수님께서 요즘 보아의 음악을 듣고 싶다고 하셔서 궁금했다.
찬민 : 보아, 어디가 그렇게 좋아?
(다혜가 만일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이런저런 이유들을 늘어놓으면,,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냐?'고 장난 좀 치려고 했다. 근데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본 냥 엄청 고민하더니, 한참 후 이렇게 말했다.)
다혜 : 그냥 다 좋아~. 모든 게 다~.

무언가로 뒤통수를 가격 당한 느낌이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항상 무슨 일이든 이유를 찾으려 했던 나만, '좋은 이유'를 못 찾고 있었다.
사랑도 합리로 할거냐고 물으시던 교수님은 좋은 이유를 언제 아셨나?

기용형, 현석, 준영을 앞에 두고, 태형 형은 노래방에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태형 : |(oo)| 아일 라이크 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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