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Mar, 2010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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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너무 힘듭니다.
너무너무 무섭습니다.
제가 개한테 물린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는데다 독까지 있다는 뱀을 제일 두려워했나봅니다.
아버지랑 성묘가던 날이 생각납니다.
동생들도 육촌도 집에서 쉬는데
당숙이랑 저만 데리고 갔던 게 불만이던 날.
내려오는 길에 뱀이 나올 것 같은 구멍을 만나던 날.
저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기계창고에 몇 병 정도 놓여있는 뱀주를 보았기 때문일까요.
뱀이 나타나도 아버지가 계셔서
나올테면 나와보라는 생각이 간절했던 적도 있습니다.
선두굴을 혼자서 다녀오던 날.
그 뱀이 자전거 바퀴 사이로 지나가던 날.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자전거를 버리고 도망치던 제 뒤통수는
아버지가 없는 세상은 참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였습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은
땅속에 묻혀 계신 아버지께서 쥐어주신 곳이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근데 지금 너무 힘듭니다.
개보다 뱀보다
사람이 너무 무섭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힘을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몇 해 전 동생들이랑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성묘갔다 내려오는 길에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얼어붙은 제 기다림에 뱀은 지나갔지만
뱀이 또 나타날까봐
산을 내려오는 내내
발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 앞길을 그렇게 자세히 살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려움에 다음 추석에는 성묘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아버지, 너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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